권 계장은 시중은행에서 들어온 지폐 가운데 다시 유통시키기 어려운 훼손된 지폐를 잘게 부수고, 동전을 녹이는 일을 한다. 서울 한국은행 본점 2층 사무실엔 철통 보안 속에 하루에만 4자루 분량의 돈이 가루가 된다. 연간으로는 4조4000억원 어치.
한은 측은 “부서진 지폐 조각은 건축용 바닥재로, 용해된 동전은 구리 니켈 등 성분에 따라 동파이프 등으로 재활용된다”고 말했다.
돈을 찢어버리는 일을 하다보니 권 계장은 1만원권 지폐가 특수용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언제부턴가 구겨진 지폐를 보면 일일이 잘 펴서 지갑에 넣는 습관이 생겼다. 친구들이 돈을 ‘곱게’ 다루지 않으면 나무라는 버릇도 생겼다.
권 계장은 “업무 때문에 돈이 돈처럼 보이지 않게 된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