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인피니온 제휴’ 힘실린다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2분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매각협상과는 별도로 독일 인피니온과 제휴협상을 추진하면서 하이닉스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다 신임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 장관은 마이크론으로 헐값에 넘기는 것에 반대하며 계속 ‘독자생존론’을 펴고 있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채권단은 아직까지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인피니온이 제시하는 조건이 매력적일 경우 마이크론을 버리고 인피니온을 택하는 초강수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우선”〓하이닉스구조조정특위 고위 관계자는 5일 “마이크론, 인피니온과의 협상은 독립적으로 진행되므로 양사 중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과 제휴협상을 맺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하이닉스의 장기적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순한 제휴보다는 매각이 유리해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양측의 가격차이가 4억달러로 좁혀졌지만 인피니온과의 협상 사실이 공개되면서 마이크론이 적잖은 자극을 받아 협상 타결 여부를 확신하기는 어려워졌으며 협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마이크론의 션 마호니 대변인은 4일(미국 현지시간) “협상에 약간의 혼선이 있기는 하지만 양사 간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피니온과의 제휴, “단순한 협상카드만은 아니다”〓채권단은 인피니온이 예상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나서자 다소 고무된 모습. 한 채권단 관계자는 “도시바 등과의 제휴협상에 실패한 인피니온은 현재 하이닉스와의 제휴에 생사를 걸고 있다”며 “하이닉스가 인피니온을 선택하도록 만들기 위해 마이크론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자산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는데 굳이 저가 매각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인피니온과의 협상은 단순한 협상카드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피니온과의 제휴방식은〓지분교환방식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제휴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단은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을 전제로 양사가 일정 지분을 교환, 전략적으로 제휴관계를 맺는 것이 골자. 즉 마케팅과 기술개발 등에서 공동보조를 취해 D램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인피니온은 3억5000만주의 신주발행을 준비 중이다.

이 경우 하이닉스의 자산가치는 그대로 남게 되며 설비매각으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을 막아 기존 주주들에게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기자 nirvanal@donga.com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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