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 "일본산에 밀려 가격경쟁 안돼"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22분


“요즘 해외바이어들과 수출상담을 하면 10명 가운데 7, 8명은 10%씩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합니다. 아마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0엔까지 가면 우리 회사 바이어의 30∼40%가 일본이나 중국으로 발길을 돌릴 겁니다.”

국내 직물 원단을 일본과 동남아시장에 수출하는 중소무역업체 퍼스트초이스의 김은수 해외영업팀장은 24일 “엔화가치 약세가 이런 식으로 계속되면 국내 섬유관련 수출업체 가운데 제대로 해외 영업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엔화 약세(달러당 엔화 환율 상승)가 이어지면서 무역업계, 특히 일본에 수출하거나 제3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출업체는 초비상이 걸렸다. 중저가 제품은 값싼 중국산에 밀린지 오래고, 그나마 비싸지만 중국산보다 품질이 좋다는 것으로 버티던 품목도 가격경쟁에서 일본산에 서서히 밀리고 있기 때문.

무역협회가 500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6.7%가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 경쟁기업들이 수출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앞으로 상당 정도 내릴 것이다”고 응답한 기업도 53%나 됐다. 현장을 뛰고 있는 업체들이 ‘엔저(低)’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요 교역국의 무역관을 통해 작성한 ‘엔저에 따른 수출시장 여건변화 및 대책’보고서도 한국기업의 일부 수출품목이 엔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기계류는 이미 동남아시장에서 한국산과 일본산의 가격차가 5∼10% 정도 좁혀졌고 철강도 엔저의 영향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40엔을 넘어서면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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