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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8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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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경영행위는 결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주주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
재계와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9명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의 타당성을 놓고 28일에도 열띤 공방을 벌였다.
특히 재계는 이번 판결로 정부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방침에 탄력이 붙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전후해 소액주주운동도 한층 활발해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경제5단체가 공동 발표문을 내고 한 목소리로 판결의 부작용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기류 때문.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사회 분위기가 기업의 애로를 경청하는 쪽으로 조성됐던 터에 이런 판결이 나와 기업들이 상당히 당혹해하는 상황”이라며 “재계 수뇌부의 기류가 몹시 격앙돼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내년초 회장단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이 문제를 다루면서 대표소송제의 개선과 집단소송제의 도입 저지를 내년도 최우선 사업으로 정할 방침이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일본도 대표소송의 부작용을 인식해 소송제기 요건을 강화하고 임원 배상한도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법을 고쳤다”며 “한국 기업이 일본보다 더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로 이사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지웠지만 소액주주의 재산상 피해를 보전받지는 못한 만큼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1주만 갖고 있어도 소송을 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오너일가의 경영전횡을 막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삼성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대법원까지 가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혀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진대제 사장 등 당사자들은 황당하다 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A그룹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투자자설명회(IR) 등에서 좀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풍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