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화 '전략'이 없다"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45분


“한국 정부는 정보화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전략이 없습니다.”

디트마 팔러 SAP 수석 부사장(위)과 맥스 피터슨 커머스원 부사장(아래)은 최근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주최한 한국 CIO(기술담당 중역)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팔러 부사장은 “한국은 네트워크 환경, 특히 광대역 통신망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지만 전자정부를 구축하기위해 가장 필요한 리더십이 부족하다”며 “정부 부처 사이의 협조가 잘 되지 않고 지나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대민(對民)서비스를 처리하는 비율은 17%로 독일(15%)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한국 정부는 인터넷 전화 등 다양한 통신수단을 활용해 이 비율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e 정부’를 구현하면 행정과 관련된 비용이 현재의 33%가량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또 “국민 입장에서는 시 군 구별로 모든 행정기관이 한 사이트 안에 통합된 서비스를 바랄 것”이라며 “벌금 납세 조회 등이 모두 원클릭으로 가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피터슨 부사장은 “미국 정부의 정보화를 맡은 실무자로서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보면 총괄책임자의 부재가 한국의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의 경우 부시대통령이 정부 정보화에 대한 총괄책임자를 임명한 뒤 비전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www.firstgov.gov’만 누르면 정부 모든 부처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가 구축돼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도 정부 부처사이의 공동 솔루션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 해군의 해양시스템 사령부가 조달 경매 입찰 관리 등을 모두 전자문서화 한 이후 7개월동안 업무처리시간이 88.9%나 줄어들었으며 모두 10억달러의 거래가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팔러 부사장과 피터슨 부사장은 “한국은 e 정부 구현의 시작단계”라며 “집권여당이 바뀌더라도 비전을 바꾸지 말고 정보화를 계속 추구해야 사업 기회나 유능한 인재의 국가적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두 사람은 영국 독일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전자정부를 구축해준 경험을 토대로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 이번 포럼에 참석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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