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기업경영 투명성 아직 멀었다"

입력 2001-09-09 18:30수정 2009-09-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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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및 벤처산업 침체에 따라 미국의 경기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각국간에 통상마찰이 거세지는 등 외부적인 악조건이 외환위기 이후 한숨을 돌린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국내에 진출한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의 전문가들의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과제 등을 들어본다.》

▽무엇이 문제인가〓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경영의 투명성 부족이 여전히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개리 매서 사장은 “한국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근본적인 문제는 투명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매서 사장은 “투명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기업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신뢰를 가질 수 없고 이는 미래에 불확실성으로 이어져 외국인 투자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컨설팅 이병남 부사장은 “지난해 국내 200대 기업의 수익성은 선진국보다 3.5% 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전자 정보처리 유통산업을 제외하면 격차 폭은 4∼5% 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며 저수익 구조를 지적했다. 이같은 낮은 수익률은 과다 설비 등에 따른 것으로 같은 액수의 투자자산 대비 매출액이 선진업체의 70%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A T 커니 미야키 케이지(宮木啓治) 부사장은 한국내 큰 재벌기업조차 세계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는 브랜드가 부족해 내수 시장이 좁은 한국의 기업들이 세계로 뻣어나가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외환위기 이후 추진돼 온 구조조정이 아직 미흡하고 정부의 과다한 규제가 계속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장점은 없나〓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개혁과 변화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풍부한 통신 인프라와 빠른 정보의 확산은 앞으로 큰 잠재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병남 부사장은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벤처 마인드가 확산된 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얻은 값진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베인 & 컴퍼니 이성용 부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나타나는 기술과 제품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 세계 어느 국가에서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 한국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사장은 또 “벤처기업뿐 아니라 재벌 등 전통적인 기업에서도 왕성한 기업가 정신이 넘쳐 한국경제 전체가 ‘벤처 경제’로 운영될 수 있는 토대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매서 사장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는 동북아에서 한국은 중심지에 위치한데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센츄어 한봉훈사장은 “삼성전자 포항제철 현대중공업 등은 해당 업계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등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며 한국 근로자들은 근면 성실하고 높은 교육수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과제는〓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대외적 신인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외국인 한국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핵심분야에 집중하고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수익성 위주의 경영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성용 부사장은 특히 “부실기업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자정(自靜) 메커니즘’이 구축되야 한다고 말했다.

미야키 부사장은 “장기적으로는 급부상하는 중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 한국만이 차별화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또 구세대 장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첨단 차세대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한국은 차세대 산업을 키우는 ‘인큐베이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금융제도의 투명 합리성 높이기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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