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GDP 8.8% 성장…한은 ‘2000년 국민계정’ 발표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39분


국민이 생산한 만큼 실제 호주머니에 들어온 부(富)는 많지 않았던 지난해였다.

또 내수보다 수출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지난해 4·4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00년 국민계정’(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8.8% 성장했으나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교역조건의 악화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3%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GNI 성장률과 실질GDP 성장률의 차는 6.5% 포인트로 1999년의 1.5%포인트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명목GDP는 4574억달러(약 517.1조원)로 세계 13위 수준이지만 국민의 실질 구매능력을 나타내는 1인당 GNI는 9628달러로 세계 36위에 그쳤다.

한은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체감 경기가 지표 경기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을 반증하는 수치”라며 “이는 원유 가격 상승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교역조건 악화로 지난해 실질 무역 손실이 64조5808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서 내수가 기여한 비율은 36.6%로 전년의 63.5%에서 절반 가량 낮아진 반면 수출의 성장 기여율은 전년의 36.5%에서 63.4%로 크게 상승해 대외 의존적인 경제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3%로 특정 품목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지난해 3·4분기가 전분기 대비(계절변동조정 적용) 2.4%로 단기 최고점을 찍은 이후 4·4분기에 전분기에 비해 ―0.4%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국장은 “올 1∼4분기 전망을 정확하게 하기는 어렵지만 2분기 연속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은 낮고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 GNI=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다른 나라의 재화나 용역을 구매할 수 있는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