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및 경제성장 하향조정불가피

  • 입력 2001년 2월 13일 18시 38분


미국경기가 예상보다 더 어려워짐에 따라 한국의 대미(對美)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수출 목표치(1910억달러)를 낮추어야 할 판이다.

13일 무역협회는 지난해 한국의 수출(1762억달러)에 의한 경제성장률은 5.4%로 전체 경제성장률 9.2%의 58.7%만큼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수출이 한국 경제성장의 절반이상을 기여한 것으로 87년이래 최고수준이다. 산업자원부와 무협은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일본의 경기위축 탓에 올해 수출 목표치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은 올 수출성장률을 당초 10%대에서 3∼5%로 낮춰 잡는 등 이미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대미수출의 둔화〓연초부터 대미수출 둔화세가 뚜렷하다. 올 1월 대미수출 증가율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를 나타내 전체 수출증가율 5.2%보다 낮다. 지난해 대미수출 증가율은 29.4%였다. 특히 컴퓨터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줄었고 반도체는 작년과 같은 수준이다.

올들어 이달 12일까지 수출은 170억9700만달러, 수입은 178억9100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8억달러 가량이다. LG경제연구원 이우성 연구위원은 “최근 대미수출의 부진은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인들이 내구재 소비를 줄이면서 자동차와 철강 수출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역 전염효과〓세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의 대(對)중국 및 아세안 수출이 부진해진다. 이같은 우려 역시 이미 시작됐다. 1월중 대 아세안, 홍콩, 중국수출 증가율은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계 직물 반도체 등의 타격이 직접적이다. 산업연구원(KIET) 신현수박사는 “올 1, 2월 수출실적은 작년에 주문한 물량이 섞여 있음을 감안할 때 3월부터 수출관련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에 대한 수출신장과 중동지역 플랜트수출 강화 등 대미수출 부진에 따른 대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