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예산안]예산삭감 숫자놀음…실제론 1조 증액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54분


26일 국회에서 통과한 2001년 예산안은 당초 정부예산안에서 순삭감한 규모가 사상 최대인 8054억원을 기록했다. 총 규모는 100조2246억원으로 올해 정부예산에 비해 5.6% 늘어난 것. 그러나 실제 확정된 예산을 들여다보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안보다 사실상 증액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총삭감액 2조6559억원 중 국채발행 이자비용 5640억원과 공적자금 이자비용 3535억원은 국회에서 삭감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정부는 국채와 공적자금에 대해 연 9.5%의 이자를 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의 금리하락으로 실제로는 연 7%대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또 재해대책비 등 예비비를 9463억원이나 깎았으나, 여야는 재해대책 등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할 요인이 생기면 즉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처리해준다는 조건을 달았다. 엄격히 따지면 겉으로만 삭감이지, 사실은 편성을 보류한 셈이다.

반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실로 나눠먹기 식으로 지역구 민원사업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만 9101억원을 늘렸다. 삭감의 별 의미가 없는 국채 및 공적자금 이자와 예비비 삭감액이 1조8638억원에 이르는데도 순삭감액이 8054억원이라면, 실질적으로는 1조원 가량이 늘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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