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두산 약진..."2세 막내가 선봉장"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48분


‘구조조정은 막내에게 맡겨라.’ 올해 SK와 두산의 약진을 지켜본 재계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올해 유난히 성과를 거둔 두 그룹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새 사업 진출←강력한 구조조정←경영에 참여한 막내의 활약’으로 요약된다.

이동통신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IMT―2000 경쟁에서 원하던 대로 비동기식 사업권을 확보한 SK, 한국중공업 경영권을 따내 일거에 10대그룹 대열에 재진입한 두산.

그 배경에 구조조정을 지휘한 빼어난 ‘장수’인 막내경영인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두산의 박용만(朴容晩·45)전략기획본부 사장과 최창원(崔昌源·36)SK글로벌부사장은 올해 재계의 스타로 꼽힌다.

두산 박사장은 고(故) 박두병 회장의 여섯 아들 중 다섯째이지만 그룹 경영에 참여한 2세로는 막내다. 타계한 최종현 SK회장의 조카인 최부사장은 경영일선에 나선 SK가(家) 5형제 중 막내.

▽귀가 큰 박사장〓95년 11월 그룹 기조실장에 취임한 박사장은 유사업종 통폐합, 인력구조 혁신을 목표로 종합적인 분석에 착수했다. 1차 결실은 96년 3월 구조조정의 골간인 ‘그룹발전 3단계 발전계획’이다.

두산은 이 계획을 바탕으로 OB맥주와 두산음료의 합병, 코카콜라 사업 매각, OB맥주 영등포공장 매각, 경영권 없는 주식 전량 매각 등을 추진해 23개였던 계열사를 4개로 줄였다.

벨기에 인터브루와 합작하는 등 외자도 유치했다. 이어 박사장은 미래성장산업인 생명공학과 전자소재 중공업을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한국중공업을 거머쥠으로써 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사장의 ‘열린 귀’와 ‘전문성’을 구조조정 성사의 힘으로 요약했다.

▽리베로 최부사장〓94년 30세 때 그룹 경영기획실 이사로 경영에 참여한 뒤 줄곧 기획라인에 있었다. 96년에는 SK인더스트리 이사 겸 기획관리실장으로 있으면서 국내 처음으로 명예퇴직제를 도입해 재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여론의 비난을 받았지만 60개월치 명퇴금을 줘 인력을 3분의 1로 줄였다. 지난해 SK상사 상무로 자리를 옮겨 수출입업무만 하던 상사에 유통과 에너지 판매부문을 합해 종합상사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올 들어서는 건설에서 구조조정 요청을 받고 SK건설 부사장을 겸하면서 건설사 살리기에 착수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만큼은 그룹 전체적으로 리베로인 셈이다.

▽닮은 꼴 많다〓이들 두 지휘자는 창업주의 2세다. 박사장은 사실상 두산그룹 창업주인 고 박두병 회장의 6남 1녀 중 5남, 최부사장은 고 최종건 창업주의 3남4녀 중 3남. 최태원 SK회장의 사촌동생이다.

경영을 이론적으로, 현장에서 공부했다는 점에서도 둘은 같다.

그러나 더 중요한 공통점은 이들이 오너십과 전문경영인 자질을 겸비했다는 점이다. 황제경영, 문어발경영 등으로 눈총을 받는 재벌 체제에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종재기자>j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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