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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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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기업으로 발표됐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죠. 올해는 흑자까지 내고 있습니다. 신바람이 납니다.”(일화 심대근 과장)
“동료가 잘릴 때 남아있는 사람들의 심정이 오죽했겠습니까. 회사나 떠난 사람들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줄이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미도파백화점 정소연씨)
부실기업에 ‘강력한 구조조정’만한 ‘보약’이 있을까. 법정관리나 화의중인 기업 가운데 쌍방울 미도파 일화 신원 나산 우성관광 광덕물산 삼미특수강 화승 등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그런 대로 따스한 연말을 맞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력감원, 경비삭감, 사업구조조정 등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났다는 것.
지난해 8월 관리인이 된 백갑종 사장이 보기에 쌍방울은 다른 부실기업과 마찬가지로 너무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었다. 주력사업인 속옷사업 말고 한복, 티셔츠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개그맨 심형래의 영화 용가리가 인기를 끌자 거액을 주고 캐릭터를 들여오기도 했던 것. 백사장은 재고만 쌓아놓고 있는 이들 사업을 과감하게 퇴출시켰다. 직영 매장도 대부분 위탁매장으로 바꾸고 협력업체 수도 줄였다. ‘남들에게는 못할 짓’이지만 살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던 것. 지난해 12억원이었던 쌍방울의 올해 영업이익은 220억원.
98년 12월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결정된 신원은 계열사를 통폐합하면서 2000명이던 직원을 무려 988명으로 줄였다. 13개인 의류 브랜드도 5개만 남겼다. 신원의 올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4%, 67%씩 늘어난 5200억원, 350억원이다. 98년 7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나산도 인력을 1500명에서 373명으로 줄인 끝에 올해 2050억원 가량의 매출실적에다 영업이익은 4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화는 그야말로 ‘죽다가 살아난’ 대표적 기업. 한때 ‘맥콜 신화’를 일으키며 코카콜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일화는 98년 6월 퇴출기업으로 판정받았다. 일화는 98년 초 1000명이던 인력을 450명으로 줄이고 식품 제약 등에서 68개나 되던 품목을 40개만 남겼다. 전 직원이 출근 시간을 8시30분에서 7시30분으로 자발적으로 앞당겼다. 퇴출대상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일화는 지난해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올해는 경상이익 흑자(20억원)까지 달성했다.
유통업계의 원조 미도파백화점도 ‘왕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상계점 등 일부 점포로 영업역량을 집중했으며 문화공간으로 쓰던 공간도 매장으로 바꿨다. 임직원 수는 1133명에서 664명으로 줄였고 부동산도 조기매각했다. 올해 미도파는 3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우성관광 광덕물산 삼미특수강 등도 구조조정을 잘해 쌍방울 미도파와 함께 최근 법원으로부터 우수 관리인상을 받았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