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의류 "불황이 좋아"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9시 24분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저가 의류 브랜드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지오다노 후아유 등 가격파괴형 캐주얼 브랜드들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불황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고급화전략을 내세우며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에 열을 올리던 대형 백화점들도 하반기들어 ‘명품 소비’가 위축세를 보이자 ‘똘똘한’ 중저가 브랜드 개발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과 의류업체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대상은 일본의 ‘유니크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의류를 싸게 판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10년이상 판매부진을 겪고 있던 일본 의류업계에 돌풍을 불러 일으킨 브랜드다. 일본 물가로 볼 때 파격적 저가격인 2만원짜리 티셔츠, 3만원짜리 청바지를 판매하고 있다.

4월 일본 요코하마의 한 백화점은 유니크로 매장을 유치해 평당 매출이 50%이상 늘어났으며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유치 이전보다 30∼40%가량 늘어나는 등 ‘유니크로 효과’를 봤다. 올해말까지 일본내 500개 매장에서 2조원 규모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유니크로의 성공은 국내 의류업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이랜드가 내놓은 캐주얼브랜드 ‘후아유’는 탄탄한 마케팅에 기초해 불황을 모르는 브랜드 중 하나. 국내 캐주얼복의 최저 방어선인 5000∼1만원선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200평 이상의 대형 매장만 낸다는 ‘유니크로 전략’을 따라 성공을 거뒀다.

이대점 코엑스점 종로점 동대문점 명동점 등 5개점포를 열고 있으며 일부 점포의 주말 매출이 5000만원대에 오르는 등 호조를 보여 내년에는 서울 경기지역에 6,7개의 매장을 더 열 예정. 후아유의 김성일 마케팅팀장은 “최근 선보이는 중저가 브랜드들은 가격파괴 뿐 아니라 ‘젊음의 문화와 느낌’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에 입점해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돌풍을 선도하고 있는 ‘지오다노’는 소비심리 위축과는 거리가 멀다. 가격은 낮지만 매장 인테리어나 상품진열은 고급스럽게 한다는 컨셉.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11월까지 지오다노가 1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캐주얼 전체 브랜드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명품비중이 높고 고소득층 고객이 많은 현대백화점에서도 지오다노는 연간 매출 1위를 기록.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6월부터 ‘스킴’이라는 이름으로 티셔츠 1만원대, 바지 1만∼2만원대, 잠바 3만원대의 가격파괴형 의류 자사브랜드(PB)를 개발해 점포당 월평균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경우 지하매장에 있는 ‘옴파로스’와 ‘TBJ’등 제품 개당가격이 6만원대 이하인 브랜드들이 각각 31%, 34%의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마케팅실 심상대실장은 “대기업들의 복장자율화와 맞물려 저가 브랜드의 매출이 더욱 늘고 있으며 가격은 비싸지만 백화점측 마진은 낮은 명품과 달리 마진율이 높고 손님을 모아주는 효과까지 있어 불황기의 최대 공신”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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