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 4개銀 노조 "구조조정 동의서 거부"

  • 입력 2000년 12월 3일 20시 26분


은행권에 7월에 이어 또다시 파업의 먹구름이 감돌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이 투입될 5개 은행에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서’를 요구하자 은행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독자적 금융지주회사를 추진 중인 광주 평화 제주 경남은행 노조원 300여명은 정부의 불허 방침에 반발해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이용득 위원장은“4일 금융감독위원장을 만난 뒤 우리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으로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노조동의서 요구하나〓정부는 당초 지주회사라는 우산 밑에 개별 은행의 실체를 그대로 둔 채 묶은 뒤 몇 년 동안 과도기를 거쳐 기능별로 통합한다는 구조조정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이같은 방식으로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하자 밑그림 자체를 바꿨다. 즉 이들 은행을 지주회사에 편입시킨 뒤 바로 도매 소매 등 기능별로 재편해 강력히 구조조정을 진행하려는 것.

정부는 지주회사라는 ‘형식’을 통해 자산 부채계약이전(P&A)방식에 버금가는 효과를 얻기 위해 노조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금융노조는 정부의 이같은 태도가 7월 총파업시 맺은 ‘노정(勞政) 합의’에 정면 배치한다는 주장이다. 노정은 △2단계 금융개혁에 정부 주도의 강제 합병은 없으며 △금융기관의 조직 및 인원감축 등은 노사간의 단체협약을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금융노조 이위원장은 “정부는 약속과 달리 평화은행과 3개 지방은행을 사실상 한빛은행에 합병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지난달까지 노사합의에 따라 경영개선계획 제출시 10% 안팎의 인력을 줄였는데도 또다시 인력감축에 동의할 수는 없다는 것.

▽어떻게 진행될까〓정부는 1차 은행권 구조조정에 공적자금 64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또다시 7조원을 투입하며 안팎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금융노조도 97년말 13만7000명이던 은행원이 올 9월말 7만8000여명으로 감소했고 최근 두 달 동안 3000여명이 퇴출돼 더 이상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동의서를 내지 않으면 P&A방식으로 퇴출시키겠다고 말하지만 동의서를 낸다는 것은 곧 ‘내용상 P&A’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상황은 금융노조측에 불리하다. 전 은행권의 총파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대파업의 효과는 미지수다. 지방은행으로 구성된 지주회사는 독자생존력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금융계에선 노정간의 대립으로 2차 금융구조조정의 일정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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