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김종인 前경제수석 "3년 구조조정 효과 봇봐"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2분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한국경제의 문제가 ‘과잉부채와 과잉시설’이었다고 진단했다. 이후 3년간 ‘구조조정’을 했는데 그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김종인(金鍾仁·60)전 대통령경제수석은 23일 공동체사회포럼 주최의 조찬강연에서 “지난 3년간의 구조조정으로 국민부담인 공적자금을 110조원이나 쏟았는데도 결국 마찬가지”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추가자금 50조원을 투입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을 실을 수 있는 배에 150㎏을 실어 문제가 생겼다면 짐을 줄여야 한다는 것. 김전수석은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다고 해서 생존능력이 없는 기업까지 계속 시장에 남아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다”며 “워크아웃제도가 거의 구제금융과 비슷하게 쓰여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IMF관리체제 직후 수술하려고 배를 갈랐다가 종양이 너무 크니까 그냥 봉합하고 진통제만 놨는데 그 종양이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지금의 경제위기는 없던 종양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전수석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정책결정자들이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 리더십을 갖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호한 거시지표 등으로 실상을 덮지 말고 경제실상을 제대로 설명해 구조정책에 대한 국민의 합의(컨센서스)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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