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왜 마음 바꿨나]금감위장 만난뒤 지원 결심 굳혀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43분


코멘트
그동안 수차례 정몽헌(鄭夢憲·MH)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찾아갔어도 “절대 지원 불가”를 외치던 정몽구(鄭夢九·MK)현대기아차 회장이 ‘급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현대자동차 주변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권고에다 MK 개인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MK는 11일 MH가 양재동 사옥을 방문한 뒤 상당히 마음이 흔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는 냉정하게 동생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극진히 사과하는 동생을 뿌리친 점에 대해 가슴아파했다는 것.

사실 MK는 ‘왕자의 난’으로 갈등을 일으킨 MH에 대해서는 애증이 교차했지만 오늘날 ‘현대’의 모태이자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분신과 마찬가지인 현대건설이 어려움에 처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 ‘비정한 형’으로 묘사되자 “안타까운 내 심정을 누가 아나”라며 한탄했다는 것.

현대차측은 주초부터 묘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을 도와줄 듯한 분위기만 생기면 현대차 주가가 바로 급전직하하는 등 극히 부정적인 시장을 달래면서 지분 9%를 갖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반대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나온 방안이 기아차 현대모비스 인천제철 등 현대차 계열사들이 지원에 나서고 현대차는 뒤로 한 발 물러나는 것이었다.

15일 밤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과 가졌던 만남도 MK의 결심을 재촉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도와주는 대가로 무언가 반대급부를 얻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현대차측은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