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종합과세 앞두고 뭉칫돈 40조원 "피난처 없나요"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2분


내년도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시행을 앞두고 줄잡아 40조원으로 추산되는 개인 거액자금이 안전지대를 찾아 대이동을 시작했다. 이들 자금 중엔 내년도 우리 경제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 아래 해외투자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자본도피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상황을 관망하며 투자를 망설이던 5억원 이상 거액예금 약 21조원이 11∼12월에 만기가 돌아오면서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만 약 21조원으로 제2금융권까지 합하면 약 40조원이 금융종합소득과세를 피해 움직일 수 있는 금융자산”이라며 “종합과세를 피해 자금을 굴려달라는 자문요청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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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각 시중은행은 이들 고액재산가를 잡기 위해 편법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비용 상품을 개발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 금융기관 국내지점들은 안전성을 무기 삼아 해외투자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에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들고 해외투자를 의뢰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해외 뮤추얼펀드가 국내에 찾아와 국내 거액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씨티뱅크가 판매하고 있는 해외뮤추얼펀드 가입금액은 2월에 비해 10월말 현재 5배 가량 늘어났다.

씨티뱅크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내년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고객들이 해외투자를 의뢰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고액재산가들도 많지만 중산층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한미은행의 프라이빗뱅킹팀의 최유식 과장은 “내년도 경제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달러환율이 오를 것 같자 달러 사재기도 본격화된 것 같다”며 “명동이나 남대문시장 등에서 암달러상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박재환(朴在煥)금융시장국장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앞두고 자금이 움직일 경우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적지 않은 시장불안요인이 된다”며 “해외투자는 현재로서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나 관계당국이 적절하게 부당한 자본유출을 막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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