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정리때 해외파장 고려해야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정부와 채권단이 기업 운명을 결정할 때 해외 공장과 건설공사 현장에 미칠 파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나 오랫동안의 국제거래를 통해 축적한 신용도도 엄연히 국부(國富) 인 만큼 국내 본사의 몰락이 해외부문의 동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삼성경제연구소는 8일 건설업의 위기와 긴급제언 보고서에서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업체가 잘못 처리되면 해외 대형사업의 중단으로 건설 한국 의 신뢰가 추락할 우려가 크다 며 건설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현대건설은 90년대들어 해외공사 수주의 절반 이상을 따낸 한국 건설업계의 간판 이라며 이 회사가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인 지명도와 폭넓은 수주경험 등 무형자산을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대형업체의 잇단 퇴출로 해외공사가 중단되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려 한국 우량업체의 진출이 봉쇄되는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대형 업체들의 경영악화설과 퇴출 등의 영향으로 올들어 10월까지의 해외수주 규모는 38억6000만달러로 97년의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8일 부도 처리된 대우자동차의 경우 폴란드의 승용차공장(FSO)을 비롯해 체코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동유럽 국가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상태여서 이들 나라가 대우차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란드는 특히 승용차공장이 문을 닫으면 전체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돼 정부 차원에서 수시로 대우차 향배를 파악하고 있다.

김소림 자동차공업협회 부장은 국가간 거래는 믿음이 중요한데 이번에 깔끔하지 못한 일처리로 신뢰를 잃으면 앞으로 한국 기업이 이 지역에 진출할 때 애로를 겪게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부실기업을 처리할 때 투자 상대국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 통상마찰로 확대되면 그 피해는 나중에 해외투자에 나서는 기업에게 돌아간다 며 해외부문에 대한 배려에도 신경을 쓸 것을 주문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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