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부도임박]산소마스크로 하루 더 연명

  • 입력 2000년 11월 8일 00시 26분


대우차 최종부도처리 시한이 이례적으로 갑자기 연장됐다.

산업은행은 7일 오후 2시까지만 해도 전날처럼 “대우차가 은행영업 마감시한인 오후4시반까지 노조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최종부도처리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약 3시간 후 산업은행 엄낙용 총재는 “대우차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8일 영업개시직전인 오전9시반까지 밤을 새워가면서라도 기다리겠다”며 180도 선회했다.

▽긴박했던 하루〓산업은행은 당초 원칙대로 오후4시반 시한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 담당자는 “이제까지 1차부도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경우는 많았지만 최종부도 시한을 영업시간(오후4시반) 이후로 연기해주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주채권은행이 1차 부도를 낸 서울 제일은행에 만기연장을 요청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종시한까지 대우차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금융감독원이 개입해 부도처리를 연기하는 쪽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오후 5시께 산업은행으로부터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통보를 받고 1차부도처리된 어음을 최종부도처리하겠다고 금감원에 보고했으나 잠시 기다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5시40분께 엄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원칙을 지키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왜 연장했나〓이번 연장조치는 오후 9시까지 해당기업이 만기도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 자동부도처리된다는 관례를 사실상 깬 것이다.

업계는 이를 ‘명분쌓기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채권단입장에서는 신규자금지원이 어려워 부도처리 후 법정관리가 불가피하지만 당장 부도를 내면 대우차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는 것.

대우차 노조가 채권단의 일방적인 판정에 반발해 다른 대우계열사와 함께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해외매각도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가 최종부도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노조가 구조조정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점을 부각시켜 향후 채권단이 대우차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노조압박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노조의 퇴로를 막아 채권단 요구사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조치라는 것.

▽협력업체 연쇄부도 위기〓대우차의 1차 협력업체는 741개. 2, 3차 협력업체까지 합할 경우 모두 1만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현대 기아차에 공동 납품하는 업체를 제외한 286개 1차 협력업체들과 이들과 연결된 5000여개 2, 3차 협력업체들은 당장 심각한 부도 공포를 느끼고 있다.

자동차공업협동조합 고문수 상무는 “현재 결제를 돌리는 어음은 이미 은행 할인을 받은 상태이므로 대우차가 못 막아주면 협력업체 자체자금으로 막아야 한다”며 “협력업체들의 돈줄이 말라 연쇄부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당수 협력업체들은 9월 이후 어음장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우차 및 쌍용차에 납품하는 286개 1차 협력업체들의 직원수는 5만5000명, 2, 3차 협력업체의 직원 수는 30만8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인천에서 대우차 및 쌍용차에 납품하는 C사 자금담당자는 “우리는 대우차의 비중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데다 다른 거래업체도 대우차와 관련돼 있으므로 대우차 부도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며 “현재 자체 자금으로 한두달은 버티겠지만 상황이 암담하다”고 말했다.

해외법인도 본사가 부도처리되면 개별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청산 매각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외법인은 생산법인 7개와 판매법인 33개가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다.

<김두영·하임숙·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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