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현대건설 충격]재계 "다음은 어디"…부도공포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다음 차례는 어느 기업인가.”

동아건설의 사실상 퇴출에 이어 건설업계의 간판격인 현대건설이 1차 부도를 내자 재계에 ‘연쇄부도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업계에 미치는 충격을 무릅쓰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몇몇 중견그룹 관계자들은 서로 연락을 취해가며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

한 중견그룹 임원은 “부실기업 정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이 작심하고 정면돌파에 나선 것 같다”며 “당분간 재계 전체가 구조조정 태풍의 영향권에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퇴출 강도 얼마나 세지나〓‘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깨진 만큼 앞으로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없이 퇴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관측. 하지만 ‘원칙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휩싸여 살아날 가망이 있는 기업까지 퇴출 대상에 ‘도매금’으로 포함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계는 동아건설 및 현대건설의 처리와 관련해 경제체질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원칙론과 국내 건설업계의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무리한 결정이라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A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기업 구조조정의 불확실성을 해소시켜 자금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회사가치가 떨어지긴 했어도 브랜드 파워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업체임에는 틀림없다”며 “해외수주에 미칠 타격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퇴출 거론 기업 ‘발등의 불’〓재계의 관심은 채권단의 정면돌파 기류가 다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쌍용양회 고합 등 정리대상으로 거론돼온 기업들은 인원감축 외자유치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등 긴급 경영체제 구축에 나섰다.

고합측은 “주채권은행과 상의해 울산공장 매각 등 자구계획을 실천중이고 매월 200억원대의 이익도 꾸준히 내고 있다”고 설명. 쌍용양회는 31일 일본 태평양시멘트와 외자유치 조인식을 갖고 주금 3660억원을 납입받았다. 대우자동차도 내년중 감원과 급여삭감 등을 통해 9000억원의 자금수지를 개선하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재계는 기업개혁 명분에 밀려 대놓고 반발은 못하지만 퇴출기업 선정 절차의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 업체 관계자는 “‘살생부’에 올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돈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경쟁업체의 흑색선전까지 겹쳐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등과 관련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측이 기업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내세워 위기돌파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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