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기업 '4박자 부실'…노사 채권단 정부 "멋대로"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50분


기업은 물론 정부 채권단 근로자 ‘4위 일체의 책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워크아웃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이렇게 요약된다.

워크아웃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기업을 채권단의 감시 아래 구조조정을 실시,살려내는 제도. 회사를 그냥 파산시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택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현재 워크아웃 대상 중 이같은 본래 취지를 살리고 있는 기업은 극소수. 대부분은 각 경제 주체의 모럴 해저드가 겹쳐 방향을 잃고 있다. 부실의 책임을 서로 상대편에 떠넘기기에만 바쁜 실정.

향영21세기 리스크컨설팅의 이정조사장은 “무엇보다 워크아웃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채권단의 모럴 해저드가 극심했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우선 워크아웃기업 선정에서 주채권은행이 살릴 기업과 회생이 어려운 기업을 가려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정치 논리와 은행의 보신주의가 겹쳐서 덩치가 큰 기업들 대부분이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압을 차단시켜야 하는 것도 주채권은행의 역할이다.

두번째 잘못은 경영진 선임에 있었다. 워크아웃 경영진은 대부분 정치권의 민원을 받아 해당 기업의 업종에 대해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이나 채권은행에서 떨려나간 사람들. 기업을 하루빨리 살려야 할 경영진이 기업 경영보다는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쓰러져 가는 기업의 돈으로 정치권에 로비를 하는 행태를 보였다.

채권단에서 파견나간 경영진은 회사의 회생은 뒷전으로 미뤄 두고 마치 자신들이 점령군인 것처럼 행세하며 돈을 함부로 써댔다.

동아건설의 경우 회사가 계속 살아 나가기 위해서는 해외건설 영업에 정통한 사람을 경영진으로 영입해야 했으나 관료 출신이 와서 집안싸움만 하다 나갔다.

경영권을 유지한 일부 기업주들은 그 틈을 타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등 모럴 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줬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런 탈법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워크아웃 기업의 기존 임원들이나 근로자들의 모럴 해저드도 심각했다. 회사를 구조조정해서 시장에서 팔릴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자신들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에 구조조정을 늦추는 행태를 보였다.

재계에서는 특히 동아 우방 미주 진도 등의 주채권은행인 서울은행이 워크아웃작업 진행에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망 없다고 판단되는 워크아웃 기업들은 과감히 청산해야지 법정관리 등의 형태로 살려 두려고 해서는 또 다른 책임 떠넘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이명재기자>eye@donga.com

주요 워크아웃 기업

주관 은행 주요 대상 기업
조흥제철화학 강원산업 아남반도체 쌍용건설
한빛 갑을 벽산건설 고합 대우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경남기업 쌍용자동차
제일 신호제지 동국무역
서울 진도 우방 동아건설
외환 신원
대구대구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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