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뜨는 중동시장]'물반 고기반'건설特需…국내업체 구경만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45분


“70년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기초가 됐던 중동 건설 특수가 재현되고 있습니다. 중동시장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또 한 번 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는 셈입니다.”

아직도 한낮 수온주가 40도 가까이 오르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모래바람이 불어대는 이란 아살루예 사우스 파 가스처리시설 건설현장에서 만난 박일권 현대건설 테헤란 지사장은 중동 건설 시장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뭇 들떠 있었다.

그의 얘기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연초부터 계속된 고유가로 올해 중동 산유국들의 연간 석유판매 수입금은 당초 예상액 784억 달러보다 558억 달러가 늘어난 134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유국들은 이같은 수익금의 대부분을 석유 가스의 생산 및 처리 능력 확대와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에 투자할 게 확실시되고 있다. 박 지사장은 “70년대에 건설된 시설의 개보수가 시급한데다 90년대에 지속한 저유가에 따른 내수침체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선 고용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에 투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이라크에 대한 UN 제재의 완화 가능성이 커지고, 리비아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 해제 시기(2001년 10월)가 다가오는 것도 중동건설 시장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게 한다.

이란 현지에서 만난 현대건설 차인환 부사장은 “올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 주요 7개국에서 발주될 공사 예상물량만 52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표 참조)

‘물 반, 고기 반’에 비유될 정도의 중동 특수 시장을 앞두고서 우려 되는 점은 최근 국가신인도 하락, 기업 구조조정 등의 국내 문제.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대형업체의 경우 쿠웨이트에서 발주된 3억 달러 규모의 공사에 최저가로 응찰했는데도 발주처가 추가 보증을 요구하고 외국 경쟁업체도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수주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여기에 국내 금융기관의 건설업체에 대한 보증 기피로 우리 업체들의 중동시장 수주 기반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팽배해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제 중심지두바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 지사장 K씨는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발주처가 좋은 조건으로 공사 입찰에 참여하라는 정보를 줬는데도 본사에서는 국내 은행의 보증을 받을 수 없으니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막상 발주처에 둘러댈 핑계도 없었고, 이런 식으로 하다간 발주처와 쌓은 신뢰도 깨질 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유로 올들어 중동의 공사 발주물량이 급증했음에도 우리 업체의 수주실적은 23일 현재 6억8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9억3500만 달러)의 24%에 불과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려면 특별 금융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성이 인정된 우량 해외 공사라면 수주에 차질이 없도록 각종 보증을 해주고, 외국은행을 통한 현지금융시 국책은행 및 신용 우량 국내은행이 보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 또 해외공사용 원자재를 구입할 때 수출거래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 정부의 해외건설 관련 지원은 2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경쟁국인 일본은 3억 달러에 이르렀다”며 정부 지원 확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예상석유수입(억 달러)활용방안건설시장 전망
사우디아라비아620·정부부채(1700억 달러) 상환·발주연기된 공사 재발주 활성화
리비아88·원유개발 및 석유화학 산업 지 원, 아프리카 빈국 지원·정유 석유화학과 주택, 기간산업 등과 관련된 공사 발주 활성화
이란177·외채상환, 내년 발주 공사 예산 으로 확보·유전개발, 석유생산 및 석유화학 시설 공사, 광산개발, 철도, 도로 등과 관련 된 공사 집중 발주
UAE*221·가스처리 능력 확대 사업 추진·올 하반기부터 사회기반시설 중심으로 대규모 공사 발주 준비·아부다비공항, 사아디야트교량 공사 발 주 등 다수 진행중
오만80∼85·외채(40억달러)상환,소규모 사 회간접자본 확충, 해외사업 투 자, 국민복지사업 확대 ·외국기업투자 유치 통한 석유화학 관 련 공장 및 발전소 공사 다수 발주 계 획중
카타르48·재정적자(7.6억달러) 보전, 가 스개발, 발전소 공사 계획·석유화학플랜트, 발전 및 송전, 공항 관련 다수 공사 발주 진행중
쿠웨이트*155·재정적자(866억달러) 일부 상 환, 중소규모 공사 발주·중기(3∼5년)적으로 대규모 기간 산업 공사 발주 예상

<두바이·아살루예〓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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