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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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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투자자들이 버티기 힘든 기간조정국면이 이어져 6개월은 갈 것이다. 몇몇 종목은 화려한 꽃을 피우겠지만 미리 점찍기는 불가능하다.”
작년 하반기 ‘밀레니엄 칩’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정보통신주 및 인터넷주 중심의 성장주 랠리를 주도했던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오성진 과장(38)의 전망.
지난 7월5일 국내외증권사중 가장 먼저 삼성전자를 추천종목에서 제외한 것도 오과장과 그 동료들이다. 7월 4일 삼성전자 종가는 36만7500원. 외국계증권사들은 70∼90만원, 국내증권사들은 50만원 이상의 목표가격을 부르며 강력매수를 추천하던 때였다.
‘테마의 귀재’인 그의 증시흐름 읽는 비결은 뭘까.
“12년간 400여개 기업들을 탐방했다. 가서 보고 들으면 실마리가 잡힌다. 비슷한 기업들을 묶어보면 산업흐름이 보이고 관련 산업들을 연결시키면 경제흐름이 보인다. 이런 흐름을 종목에 비춰보면 테마가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기업탐방을 할 수 없지 않는가.
“자기가 갖고있는 주식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으라. IR 담당자에게 전화도 걸어보라. 슈퍼마켓에 가면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를 관찰하라. 인터넷을 하면서 불편했던 점을 메모하라. 그걸 해결해주는 업체가 조만간 뜬다. 워렌 버핏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의 주식을 사라. 신문을 읽을 때도 증권면만 읽지 말고 정치면→산업면→증권면 순으로 읽어라. 정치 우위의 사회에서는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장기투자를 하라는 말인가. 장기투자는 우리 현실엔 안 맞는다던데….
“투자는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약세장에서는 쉰다. 조정기간에 굳이 주식을 하겠다면 단기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강세장에선 중장기보유가 물론 맞다. 다만 PER(주가수익배율)가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파는 철칙을 지켜야 한다. ”
그는 저 PER주를 사려면 차라리 은행에 예금하라고 말한다.
“고 PER는 주가상승이 수익상승보다 빨리 오는 상황이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것이 주가상승에 연결된다. 신규투자 단계라 수익은 잘 안 난다. 그 다음에 오는 것이 저 PER 단계다. 매출 증가속도가 떨어지면서 안정국면으로 간다. 투자에 대한 대가를 회수하는 단계라서 순이익은 최고다. 하지만 주가는 이를 미리 다 반영했기 때문에 오히려 빠지게 된다. 사상 최고의 순이익과 주가 폭락이 공존하는 희한한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