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릴레이인터뷰] “현대건설 살릴수 있다”- 김경림 외환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9시 02분


14일 집무실에서 만난 외환은행 김경림(金璟林)행장의 얼굴은 많이 수척해 있었다. 광대뼈가 툭 불거져 보일 정도였다. 올 5월 취임 이후 현대건설 유동성위기로 시작해 최근 은행 부실 해소까지 숨가쁜 나날들이 지나갔다.

기자는 며칠 전 미국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이 ‘증자 6000억원과 외환카드 매각대금 4000억원으로는 외환은행의 정상화에 미흡하다’고 지적한 보고서로 말문을 열었다.

“외환카드의 매각금액 4000억원은 지분 20%를 유지한다고 보고(현재 외은의 지분은 51%) 보수적으로 산정한 것입니다. 지분 전체를 매각할 경우 이보다 2.3배까지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은행경영평가위원회 실사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 직원의 마음의 고향인 신갈연수원뿐만 아니라 팔 것은 다 팝니다.”

김행장은 이렇게 하면 상반기말 기준 고정이하 여신 부실채권 5조6000억원을 연내에 90% 정리하고 잠재부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발생하는 1조5000억원의 손실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 내년말 업무이익 9500억원도 가능하다는 것.

“증자전에 감자(減資)하는 것과 관련해 시장에 관심이 많은데 전적으로 대주주인 코메르츠와 한은 및 수출입은행이 이달중 협의해 결정할 사안입니다. 설령 감자를 하더라도 자발적 감자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는 크게 적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감자 그 자체보다는 외환은행이 정말 잠재부실을 완전히 정리해 감자 이후 주가가 올라갈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화제를 퇴출기업 선정 문제로 옮기자 김행장의 목소리는 무거워졌다.

“우선 우리가 주거래은행으로서 맡고 있는 기업이 별로 없습니다. (퇴출기업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김행장이 기업체 이름을 거명하기를 워낙 꺼려해 ‘그럼 2, 3개 정도냐’고 물었지만 이 역시 피해갔다.

“철저하게 회생능력을 봐서 결정할 겁니다. 퇴출시키는 것보다 살릴 기업을 찾아내 회생시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걸 알아주세요.”

이 대목에서 현대건설 문제를 비켜가기는 어려웠다.

“현대건설이 2억달러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것이 안되더라도 현대중공업 등에 시세보다 높은 값으로 팔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연말까지 1조5000억원의 부채를 줄여야 하는데 현재 5500억원 정도를 감축했죠. 현대건설의 자구노력만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최근 시중에 돌고있는 ‘외환―국민’또는 ‘외환―조흥’ 합병설에 대해서 김행장은 느닷없이 ‘신랑―신부론’으로 맞받아쳤다.

“지금은 결혼을 앞두고 체력을 단련하고 화장을 곱게 단장할 때예요. 자존심은 상하지만 부실은행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내년초면 이 굴레를 벗고 ‘부실을 경험한 우량은행’으로 거듭날 겁니다. 합병 등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때면 오히려 결혼하자는 은행이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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