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氣좀 펴자"…주요경제현안 제목소리 내기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42분


정부의 재벌압박 강공에 밀려 극도로 위축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들어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다시 제 목소리를 내는 등 ‘재계 맏형’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리멸렬한 상태가 계속되면 그 피해가 대표적 경제단체인 전경련의 위상약화에서 그치지 않고 재계 전체로 번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전경련 수뇌부도 바짝 긴장하는 눈치.

전경련은 30∼40대 기업 총수와 벤처 기업인의 활동 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e비즈니스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하고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을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는 원로 위주의 ‘늙은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것.

재벌개혁 등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온 시민단체들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키로 한 것도 전경련의 변신 노력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이 대변하는 대상은 일부 재벌오너가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이라며 “시민단체의 주장도 합리적인 내용이라면 겸허하게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대표적 논객으로 통하던 공병호 전 자유기업센터 소장과 유한수 전전무 등의 이탈에 따른 충격도 완화됐다. 김석중 경제조사본부장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한계기업 퇴출 등에 대해 재계의 논리를 개진하면서 스타로 떠오를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은 남북 경협의 본격화에 앞서 재계 차원의 종합플랜을 만들고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를 민관 합동으로 구성키로 했다. 또 벤처기업 등으로 빠져나간 직원을 보충하고 지식경영센터 등 신설 조직의 인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98년 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경력 및 신입사원 20명을 채용했다.

전경련 국성호 본부장은 “정재계가 합의한 대기업 구조조정 자율점검과 규제개혁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정부로서도 전경련 등 경제단체의 협조가 절실할 것”이라며 “우선 회장단 회의를 활성화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의 ‘위상 되찾기’ 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한 실정. 무엇보다 현대 삼성 LG 등 대그룹의 총수가 회장단 회의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전경련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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