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선정 혼선…구체 판정기준 없어

  • 입력 2000년 10월 5일 19시 15분


금융감독원은 10월 말까지 은행들이 퇴출여부를 결정할 부실 대기업이 150∼200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 퇴출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회생할 수 있는 기업마저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회생과 퇴출을 결정해야 할 부실징후 대기업 판정기준(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감원이 이날 은행 여신담당임원회를 통해 은행에 통보한 가이드라인은 7월말 현재 총여신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최근 3년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 기업 △장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신용기준(FLC)으로 ‘요주의 이하’인 기업 △각 은행이 부실징후기업으로 관리하고 있는 기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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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외부전문가를 포함해 10명 안팎의 자체 ‘신용위험평가위원회’를 구성한 뒤 ‘퇴출세부기준’을 만들어 10월 중에 회생가능기업과 퇴출대상기업을 판정하게 된다. 금감원 정기홍(鄭基鴻)부원장은 “퇴출기업보다 회생기업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혀 퇴출기업은 98년 5월의 퇴출기업(55개)보다 크게 줄어든 20개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퇴출기업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임에도 퇴출판정 대상기업이 150∼200개로 제시된 데다 구체적인 퇴출판정기준도 은행에 맡겨져 아직 확정되지 않아 퇴출되지 않을 기업마저 불안해하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금감원은 회생 퇴출대상 기업 중 회생가능 판정을 받은 기업에 대해선 은행부채의 출자전환을 허용하되 감자(자본금을 줄이는 것)를 통해 대주주(오너 경영진)의 경영권을 빼앗기로 했다. 또 이 과정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의 부실채권을 감춰 부실기업을 회생 가능한 기업으로 판정하는 은행은 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경질 등으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평가결과 정상 영업이 가능한 기업과 유동성문제가 일시적인 기업은 채권은행이 책임지고 자금을 지원한다해 살아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유동성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한 기업 중 자구계획을 통해 회생이 가능한 기업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회생방안을 마련하되 회생전망이 불투명한 기업은 법정관리 청산 합병 매각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V)로의 이전 등을 통해 정리된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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