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고수익펀드 출생부터 천덕꾸러기

  • 입력 2000년 10월 4일 18시 28분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비과세혜택이 주어지는 ‘비과세고수익펀드’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4일부터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상품을 판매해야 할 투신사들이 취급을 꺼려 사실상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과세고수익펀드에 집어넣을 후순위채권(CBO)의 평가방법을 둘러싸고 금감원과 증권투신업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금감원은 현재 CBO펀드에 들어있는 CBO를 비과세고수익펀드에 옮기면서 시가평가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비과세고수익펀드 표준약관 제12조 3항에 ‘후순위채권은 금감원장이 지정한 2개 이상의 채권가격평가기관이 제시하는 가격정보를 기초로 평가한다’고 시가평가원칙을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증권투신업계는 지금까지 장부가평가를 하던 CBO를 시가평가하면 상당한 손실이 현실화되고 이를 자신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BO를 시가평가하면 30∼50%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월 30일 현재 CBO펀드 총 수탁고 11조5000억원에서 CBO가 7조원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손실률 30%를 적용할 경우 증권투신업계는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증권투신업계는 비과세고수익펀드 인가를 받았지만 판매에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지난 7월 국공채를 주로 편입하는 비과세펀드가 나왔을 때 대대적인 판촉공세를 펼칠 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실제로 한일과 조흥 외환 세종 아이투신운용 등은 아예 비과세고수익펀드 상품을 만들지 않았고 SK와 태광 미래에셋투신운용은 비과세고수익펀드에 CBO를 편입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관을 작성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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