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대우차 협상과정 닮은꼴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05분


대우자동차나 한보철강이 매각에 차질을 빚게 된 과정은 완전히 닮은꼴이다. 외견상 원매자의 사정으로 딜(거래)이 깨진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은 뼈아픈 실수의 연속이다. 성사 전에 가격이 완전 공개됐고 계약 파기에 따른 페널티가 없었던 것은 물론 협상력도 없는 정부가 나선 데다 시한까지 못박아 안달하는 입장을 자초했다.

▽제손으로 족쇄 채웠다〓정부와 채권단은 협상초기부터 하나의 상대에만 매달려 대안이 될만한 싹을 잘라버렸다.

특히 한보철강은 애초부터 이것저것 재다가 차질을 빚었다. 당초 포철이 2조원을 제시했으나 특혜시비를 우려해 네이버스를 단독으로, 그것도 포철의 4분 1 가격으로 선정했다가 망신만 사고 있다.

매각시한까지 못박아 놓은 것도 문제. 네이버스가 요구한 부두전용사용권 등 3개항을 수용하는 등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도 결국 무산위기에 빠졌다.

▽안전장치가 없었다〓대우차와 한보철강 협상 모두 제시한 가격을 공개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입찰 보증금을 받지 않은 것 역시 상식 밖의 일.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파기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근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수차질에 대한 대비나 계약파기시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었다.포드의 실사과정에서 추가부실이 확인됐다는 소문이 간간이 새어 나왔고 네이버스가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아더앤더스코리아 안재환상무는 “국제 딜에 관한 한 우리 정부나 채권단은 철저한 ‘아마추어’였음을 잇따라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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