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은행 합병 '빨간불 '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05분


세계 50위권의 초우량은행은 과연 탄생할까.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통합되는가.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대중 정권의 ‘2기 경제팀’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은행구조조정’이 애초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우량은행간 합병의 중심에 서 있던 주택은행이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로 최종 결정된 탓이다. 주택은행은 그동안 우량은행간 합병의 중심이었다.

합병대상으로 거론되는 하나 한미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주택은행을 선호해 왔다. 주택(63조원) 하나(50조원) 한미(31조원)은행 자산의 합이 140조원으로 세계 50위권에 근접한데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도 김정태 행장을 장시간 단독으로 만나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김정태 행장은 프라하에서 열린 IMF총회가 끝나자마자 뉴욕의 월가로 날아가 골치아픈 ‘합병’보다는 명분있는 ‘상장’을 더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택은행이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되면 당분간 합병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주택은행이 뉴욕증시에 상장되는 것은 김정태 행장이 직접 합병을 부인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앞으로 1∼2개월 안에 합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도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10월중에 우량은행합병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라며 “주택은행이 합병에서 제외될 경우 우량은행 합병은 맥빠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외환 조흥 평화은행이 지난달말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하면서 공적자금을 ‘사양’하고 ‘독자생존’을 내세움으로써 ‘비우량은행에 핵우산’을 씌우려던 계획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은행경영평가위원회가 만약 독자생존을 승인한다면 핵우산에 들어갈 은행은 한빛 광주 제주은행등으로 제한돼 금융지주회사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