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주가 바닥일까

  • 입력 2000년 10월 3일 18시 36분


주식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이 바닥이냐’ 여부다.

일각에선 ‘바닥 국면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바닥 신호’의 신뢰도가 낮다는 게 문제. 만약 지금이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이라면 최근 단기간의 반등을 ‘바닥 확인’으로 볼 수 없다.

▽바닥 징후들〓바닥을 예측하기란 무척 힘들다. 지나고 보니까 ‘그때가 바닥국면이었다’는 식으로 후행적으로 분석할 뿐이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바닥시점에 나타나는 몇가지 특징을 찾을 수는 있다. 우선 주가하락과 함께 거래량도 줄어야 한다. 거래가 크게 줄고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돼야 한다. 이때는 악재가 출현하더라도 주가가 크게 빠지지 않는다. 팔 사람은 거의 다 팔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는 ‘공황상태(패닉)’와 다름없다. 오랜 시간 주가가 옆걸음질치는 횡보상태를 보이면서 거래바닥을 확인한 후 주가가 상승하면 신뢰도가 높은 바닥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분석지표로는 투자심리도와 이격도가 자주 등장한다. 투자심리도는 열흘 중 주가가 상승한 날이 며칠인가를 기준으로 25% 이하이면 침체로 본다. 즉 매수타이밍이다. 이격도는 현재의 주가가 주가이동평균선과 얼마나 간격이 벌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밑으로 크게 벌어져 있으면 추세전환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과거 바닥에 이른 시점은〓90년 이후 신뢰도가 높은 바닥국면은 ‘92년 8월’과 ‘98년6∼10월’ 등 단 두차례. 92년 8월21일 459선에서 바닥을 형성한 후 주가는 2년3개월여의 대세상승기를 거쳐 94년 11월8일 1138선에서 꼭지점을 만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6월16부터 10월8일까지 4개월여 동안 주가는 280∼305선에서 장기간 옆걸음질쳤다. 여기서 바닥을 형성한 후 주가는 올 1월4일 1059선까지 줄기차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렇다면 지금 장세는?〓올들어 종합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그때마다 저점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반등도 대부분 ‘V자 형태’를 그리고는 꺾여졌다(그래프 참조). 당시로는 바닥인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판단하면 가짜(假)바닥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주가종합지수는 지난달 22일 553을 저점으로 5일 연속 상승한 직후 급락세로 돌아선 상태.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이번 장세의 오름세 역시 V자형 반등으로 하락추세의 연장선상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술적 반등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투자심리도가 10%로 떨어진 적도 있고 이격도가 83까지 크게 벌어졌지만 신뢰도는 낮다는 게 박팀장의 주장.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V자형 반등을 통한 추세전환은 거의 없었다”며 “바닥국면에선 주가반전의 기대감조차 없어야 하는데 요즘은 재료에 즉각 반응하는 것으로 미루어 아직까지는 공황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 중요한 것은 설령 큰폭으로 반등하더라도 이는 추세전환이 아닌 하락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것.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면 내년도 기업실적이 올해보다 좋아질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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