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유능한 CMO를 잡아라"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8분


“투자를 받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유능한 CMO(Chief Mar―keting Officer·마케팅담당이사)를 채용하세요.”

창업투자회사를 비롯한 벤처캐피털들의 벤처기업 투자기준이 바뀌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인적자원이 소중한 벤처기업에서는 지금까지 유능한 대표이사(CEO) 기술담당이사(CTO) 재무담당이사(CFO) 등이 ‘모시기 경쟁’ 대상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매출증가를 바탕으로 한 수익모델이 중요해지면서 마케팅능력이 출중한 CMO가 각광을 받고 있다.

▽벤처, 경쟁심화기로 돌입〓벤처기업들은 작년과 올초만 해도 코스닥 활황세를 이용해 매출이 없어도 아이디어와 기술력만으로도 액면가의 20∼30배에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이 꺾이면서 확실한 수익모델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매출액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능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KTB네트워크 이성대 인터넷2팀장은 “예전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큰 시장을 만들어내고 그에 걸맞은 CEO가 있는가가 중요한 투자지표였지만 지금은 현금흐름(Cash―Flow)을 창출할 수 있는 마케팅능력을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I&G창투 이문종 대표도 “벤처기업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3∼6개월정도면 후발업체가 따라잡는 실정”이라며 “세계적으로도 기술력보다는 판매능력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은 ‘도토리 키재기’수준으로 모두 비슷해 누가 더 세일즈를 잘 하느냐가 관건이 된다는 것.

▽외국계기업 근무한 CMO 인기〓인터넷보안서비스 업체인 코코넛은 올 1월부터 IBM 및 선마이크로시스템에서 11년 근무한 조원영씨를 CMO로 영입했다. 조 이사는 제품 우수성 뿐만 아니라 외국계기업 근무시절 쌓아놓은 인맥을 활용해 수익모델을 만들고 매출을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반도체후공정장비업체인 C사도 최근 반도체업계에 10년동안 종사했던 김모씨를 마케팅담당이사로 영입해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문종 대표는 “시장에서 인기있는 CMO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AMD 등 외국기업의 마케팅분야에서 5∼10년 근무한 경력자”라며 “그러나 벤처기업이 외국기업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가 어려워 적격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CEO가 CMO 역할을 겸임하고 있으나 회사규모와 관련시장이 커지면서 한계를 느끼고 있다. 또 많은 벤처기업들이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외국계기업 출신 CMO의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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