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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9월 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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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주는 시장이 없다〓자본금이 1000억원이 넘는 장외 대기업중 경상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자본잠식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증권거래소든 코스닥시장이든 주식시장 진출이 아예 봉쇄될 상황에 맞닥뜨렸다.
코스닥시장 진입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던 일부 장외 대기업이 받는 타격은 아주 크다. 자금조달과 사업계획 등을 이제 전면 재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외 대기업의 한 임원은 “코스닥시장에 등록하지 못하면 기존 주주로부터 증자하는 것도 아주 어려울 것”이라며 당황해했다.
▽장외주식시장 급랭 조짐〓대기업을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되던 장외시장도 급속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두루넷 주가가 1만원선 밑으로 추락할 움직임이 감지되고 최고 8만원이었던 신세기통신 주가는 2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코리아밸류에셋 윤희철팀장은 “그동안 장외시장은 대형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정부 조치로 매수세가 사라졌다”며 “이는 다른 중소형 종목에도 악영향을 미쳐 장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우리사주를 받은 대기업 직원들은 코스닥시장 진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한 대기업 직원은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다 소용없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투자자금 흐름 지연돼〓등록예정기업에 1년 이내 단기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거뒀던 창투사들은 자금이 6개월간 묶여 다른 벤처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게 됐다.
KTB네트워크 박 훈이사는 “창투사의 주식처분을 6개월간 막을 경우 벤처투자자금의 시장 내 순환을 가로막게 될 것”이라며 “이는 수익률은 낮아지는 반면 투자위험은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인터베스트 정성인부사장은 “일부 창투사는 수익률 저하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투자대상 회사의 가치를 판단한 뒤 투자한 창투사들은 이번 대책으로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진·김두영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