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끝나지 않은 전쟁'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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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과 현대투신운용이 보유중인 현대자동차 주식을 증시에서 매각하면 현대자동차 주식의 수급여건은 점차 개선될 것이다.’

정몽구(MK)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헌(MH)현대아산이사회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 하에 증권가 일각에서 이 같은 흥미로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이 9.1%에서 2.96%로 줄어들었으나 MH측이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을 적지 않게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위원은 “현 국면에서는 MH측 사정보다는 MK측이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MH측과의 경영권 쟁탈 1회전에서 신승을 거둔 MK측은 2회전에 앞서 안정적인 우호지분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14일 현재 현대차에 대한 MK측 우호지분은 26.43%. 반면 적대지분은 4.3%에 그쳐 공식적으로는 MK측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표 참조>

하지만 자동차업계 사정에 밝은 증시전문가들은 “MK측은 MH측이 숨겨둔 지분이 10% 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자사주+우리사주+미쓰비시 지분 19.37%는 최악의 경우 ‘전리품’, 즉 중립지분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 △MK측 지분은 정몽구+현대정공〓11.86% △MH측 지분은 비공식 지분 10% 가량+공식 지분 4.25〓14% 가량이 되기 때문에 MK가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

6월말부터 시작된 동해전장, 화신 등 현대차 협력업체들의 현대차 주식 대량매입과 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용 자금 대출 알선 등에서 드러나는 현대차측의 조바심은 이런 비관적인 계산법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우증권 장충린 수석연구위원은 “MK측으로선 이미 전략적 제휴에 합의한 다임러크라이슬러측에 9월중 9.99%의 지분을 넘길 경우 상호 자본제휴 관계에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의 지분 합계가 14.4%가 되는 것도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증권 김학주 수석연구원은 “MH측이 경영권에 재도전할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차 지분을 획득하는 순간 단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측은 현대차가 벌어들인 돈이 MH측 부실계열사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MK측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주장.

그는 “또 한번의 경영권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양측이 당분간은 여론을 의식해 무리를 범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관 매수세가 실종된 요즘 증시여건에서 1271만주가 한꺼번에 풀린 것은 상당한 주가압박 요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김원갑 전무는 “MH측이 우호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MH측 및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경영권 다툼에 대비한 지분 확장 계획을 세운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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