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진출 외국계기업 노사분규 급증

  • 입력 2000년 8월 23일 19시 01분


국내에 진출한 외국 투자기업들의 노사분규가 올해 급증하고 있다.

7월말 현재 전면파업이나 부분파업 등 외투기업의 노사분규는 23건으로 지난 한해의 9건보다 배 이상 늘었다.

미국 게이츠사가 지분 52%를 매입, 대구 평화산업 등과 합작해 89년 설립한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서공단내 게이츠코리아.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근로자 170명의 이 업체는 3월말부터 노사갈등으로 부분파업에 들어간 후 5월부터는 전면파업중이다.

게이츠사가 지난해 12월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기 시작한 후 결성된 노조는 2월부터 △기본급 40% 인상 △노조전임자 3명 확보 △징계위원회에 노사 동수참여 △협력업체 선정 등에 노조의 동의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4개월 이상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상태다.

스위스 농약회사 노바티스가 동양화학의 농약사업부를 인수해 98년 10월 설립된 노바티스아그로코리아(전북 익산시 외국인 전용공단 소재)는 올들어 두차례나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 10월 노조가 설립된 뒤 단체교섭 타결 지연으로 3월 8일부터 16일까지 파업을 했으며 같은달 31일부터 6월 3일까지 재파업을 벌였다.

호텔의 경우도 스위스그랜드호텔과 힐튼호텔이 6월 중순이후 파업으로 인한 홍역을 앓고 있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30일 이상 분규가 계속된 업체가 6개에 이르는 것을 비롯, 올해 외투기업의 평균 분규지속일수는 21일로 국내기업의 평균지속일수(19.2일)보다 길었다. 분규 발생 업체중 최근 3년 이내에 노사분규가 발생했던 업체도 10개사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과 마찬가지로 외투기업에서도 주요 노사간 쟁점은 경기회복에 따른 임금인상 수준. 전체 분규업체의 82.6%(복수항목 집계)가 임금인상이 핵심 쟁점이었다. 다음으로는 징계위원회에 노조참여 등 노조의 경영참여(39.1%) 비정규적 처우개선 (34.8%) 조합원 범위확대 등 노조활동(21.7%) 등의 순.

노동부는 임금인상안에 대한 이견과 함께 외투기업 특성상 해외 본사와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안되고 외투기업 경영자들이 국내 노사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등이 외투기업 노사분규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외투기업의 애로를 접수해 처리해 주고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사무소’는 IMF 경제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국내에 들어온 외국 자본의 역할이 컸던 만큼 노사분규가 원만히 해결돼 외국 자본이 지속적으로 국내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해결하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옴부즈만 사무소의 홍덕천(洪德天) 노무상담위원은 “노사분규를 조정하는 지방노동사무소나 노동위원회 등에 외투기업 노사분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외국인 경영자와 국내 근로자간의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위원은 또 국내 노사관계나 노사문화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옴부즈만 사무소가 초기 진출한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한 밀착지원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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