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재벌도 자금조달 '허덕'…직접금융 70% 급감

  • 입력 2000년 8월 15일 19시 35분


거래소시장 침체와 채권시장 불안 여파로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재벌이 올 들어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 지난해보다 무려 70%나 급감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지시로 부채비율 200%를 달성하기 위해 증시에서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재벌들이 올 들어서는 자금 물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1∼7월중 직접금융 자금조달 실적’ 자료에 따르면 4대 재벌들이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은 5조57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9.6%나 줄어들었다.

특히 주식시장을 통한 신규상장이나 유상증자 조달금액은 1조7111억원에 그쳐 전년동기 실적인 12조2849억원에 비해 86%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들이기가 여의치 않았던 것은 올 들어 거래소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신규상장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데다 대기업 유상증자 실적도 지난해보다 80%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4대 재벌들은 올 들어 회사채 발행실적도 3조8680억원에 그쳐 전년동기 실적인 6조770억원에 비해 36% 가까이 감소했다.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채권시장에서 삼성 LG SK 등 일부 초우량회사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의 경우 채권거래조차 이뤄지지 않아 자금경색 현상이 재벌에까지 번진 것.이처럼 4대 재벌이 직접금융시장에서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던 반면 연초 코스닥시장 열풍으로 일부 중소기업들은 자금조달 사정이 전년보다 다소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금감원은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적극적인 유상증자에 힘입어 중소기업 유상증자 실적은 지난해보다 2배 증가한 3조8555억원어치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채권시장 한파로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은 무려 80%나 줄어 채권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는 분석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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