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제팀 출범]이근영 금감위장 "구조조정청사진 빠른시일내 확정"

  • 입력 2000년 8월 14일 18시 28분


신임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현대문제에 매달렸다. 7일 출근길에 청와대로부터 입각통보를 받고 나서 바로 외환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현대 관련 서류를 넘겨받았다. 11일 밤에는 방북을 마친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모처에서 만나 담판을 벌였다. ‘금주 내에 현대문제를 해결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은 지 꼭 5일 만인 13일 오후 현대는 경영개선계획을 발표했다.

―구경제팀이 풀기 힘들어했던 현대문제를 ‘단칼’에 해결했다. 현대가 내놓은 경영개선계획에 만족하나.

“현대가 실현가능성이 있는 모든 방안들을 다 내놓았다. 이번 발표 때는 비현실적인 안들이 모두 빠졌다. 외환은행과 현대가 신뢰를 바탕으로 자구안을 내놓았다.”

―현대가 지난 5월에도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여태껏 제대로 진행된 게 없다. 이번에도 발표한 내용들을 실천하지 않고 미적거리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대가 립서비스 차원에서 그친다면 시장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감독당국도 현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개선계획을 실천하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11일 밤 정회장과 만나 무슨 얘기를 했나.

“별로 할 말이 없다. 상호신뢰를 존중해서 답변할 수 없는 얘기가 있을 수 있다. 대답할 수 없는 상황임을 양해해 달라.”

―이번 발표 때 가신그룹 퇴진문제는 별로 진전이 없다.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 처리문제는 어떻게 되나.

“현대 스스로 적법절차를 거쳐 처리한다고 밝혔으니까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이회장은 문제경영진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불안이 계속되면 어떻게 할 참인가.

“현대가 이미 내놓은 경영개선계획 이외에도 시장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이 올 하반기까지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고 했다. 현대사태를 계기로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나.

“금융 구조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청사진을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해 국민에게 발표할 생각이다. 모든 정책을 시장참여자들이 예측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밝힐 참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없도록 하겠다.”

―올 가을엔 은행 구조조정이 핫이슈다. 금융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건전하고 경쟁력이 충분한 은행만 살아남을 때까지 시장주도에 의한 구조조정은 계속할 수밖에 없다.”

―부실기업주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문제가 심각하다. 민형사상 책임추궁 등에 관한 준비는 어느 정도 돼있나.

“금주중 워크아웃 기업 점검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으로 하여금 경영진 교체와 구사주의 경영권 배제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다.”

―새 경제팀이 너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닌가. 팀워크를 중시하다보니 금감위는 재경부의 집행부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느냐가 중요하지 어느 부처가 주도하느냐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금감위는 금융기관 건전성과 시장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유관부처와 협의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