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북사업,"돈은 있나"-증시 냉소반응

  • 입력 2000년 8월 11일 18시 42분


‘빈 지갑으로 허풍만 치는 게 아닐까.’

현대가 개성 관광, 서해안 공단부지 확정 등 굵직한 대북 사업을 발표했지만 증시 등에서는 무반응이거나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그러나 현대측은 “구체적인 외자 유치 계획이 서 있는데 자세한 사정은 알아보지도 않고 돈이 어디 있느냐는 반응만 보인다”며 섭섭한 표정이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금강산관광 종합 프로젝트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금강산’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에서나 통하는 브랜드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몰릴 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 한국인이야 관광 차원을 넘어서 ‘북한 땅을 밟는다’는 정서적인 이유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금강산 관광에 몰리지만 외국인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때문에 장전항 위락단지 조성, 골프장 건설 등 총 1억7000만달러의 추가 공사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현대측은 이에 대해 “일본과 부산을 잇는 쾌속선 운항, 카지노 등 대규모 위락단지가 건설되고 금강산 지역이 경제특구로 지정되면 일본인 관광객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어 현대측이 추가로 돈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며 “금강산 관광에 일본인들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돼 투자에 참여할 일본 기업들이 많다”고 반박한다. 현대측은 또 ‘금강산 관광 마스터플랜’을 완성, 곧 뉴욕 도쿄 프랑크푸르트 싱가포르 등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해안공단 사업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현대가 무리하게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려 했다가는 10억달러나 필요한 공단 사업은 현실화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민관합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공단 가동에 필수적인 전력이나 용수 문제 해결에 남북한 정부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현대측은 “정부 및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투자하여 법인을 설립해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단 분양 수입 및 임대 수입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채권(ABS)을 발행하거나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신발지식산업협동조합 등 이미 수백여 중소업체가 공단 입주 의사를 밝혔고 미국이나 유럽의 상공회의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현대측은 주장한다.한 대북 전문가는 “투자보장 협정이나 공단에 근무할 북한근로자의 대우 문제 등 정치적으로 해결할 난제가 많아 서해안공단사업이 현대 생각대로 빨리 진행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비가 들지 않는 개성관광의 경우 관광객용 숙박 시설과 식당만 임대하거나 건설하면 관광을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현대측은 설명한다.

사업내용자금계획
금강산관광△ 1단계(98∼2000):장전항
온정리 관광기본시설 마련
△ 2단계(2000∼2004):연간

관광객 50만∼60만명 유치
△ 3단계(2005∼2030):금강산
관광확대 관광객 250만명 유치

△ 부두건설 온천장 공연장 건설에 1억2600만달러 투입
―토지 이용권 및 관광사업대가 2억8200만달러 북측에 건네줌
△ 호텔 골프장 스키장 건설에 1억7000만달러 필요

― 해외자본유치
△ 매월 1200만달러 사업 대가로 지불
― 관광객 증대로 자금조달

개성공단△ 공단 800만평 배후도시 1200만평 8년간 3차에 걸쳐 개발△ 민관 컨소시엄 구성― ABS 채권발행 및 외자유치
개성관광△ 육로관광△ 대규모 투자비 필요없음

<이병기기자>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