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채권단, 'MK 퇴진론' 긴급진화 나서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정부와 채권단이 외환은행 김경림(金璟林)행장이 9일 거론한 ‘정몽구(鄭夢九·MK·사진)현대자동차 회장 퇴진’발언의 긴급 진화에 나섰다. 자칫 MK퇴진문제가 현대문제의 조기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0일 “정회장의 퇴진은 이번 사태의 핵심이 아니며 계열분리 등 현대의 자구안이 더 중요하다”면서 “정회장 퇴진 발언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말아달라”며 긴급히 진화에 나섰다. 김행장의 발언은 현대가 5월말에 국민에게 약속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는 것.

채권단 관계자들도 파장이 커지자 “정몽구회장 퇴진 문제는 현대문제의 해결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거론하지 말자”며 일절 언급을 꺼리고 있다.

전날 밤 시끌벅적했던 현대자동차측도 정부와 채권단의 진의가 ‘정회장의 강력한 퇴진’이 아님을 확인하고서는 다소 진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 ‘MK 퇴진 발언’을 서둘러 덮으려는 정부와 채권단의 이같은 모습은 개각 전에 ‘워크아웃 불사’를 외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 이는 ‘정씨 3부자 퇴진론’에 얽매여 현대사태를 마냥 끌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관계자도 10일 “자구안을 받아보고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혀 ‘3부자 퇴진’과 관련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3부자 퇴진론은 현대측이 자구노력이 미흡할 때 정부와 채권단이 언제든지 다시 빼들 수 있는 압박카드라는 측면에서 현대자동차나 현대그룹측은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측이 ‘대국민 약속’이라는 형식으로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놓았기 때문.

현대자동차는 이에 대해 “5월말의 3부자 동시 퇴진 선언은 정몽구회장과 사전협의 없이 발표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어 ‘MK퇴진’은 상당기간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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