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현대 갈등]'건설 워크아웃' 진심일까?

  • 입력 2000년 8월 6일 19시 17분


정부는 현대건설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로 넣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가 시장을 납득시킬 수 있는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긴 하지만 사실상 기업해체를 의미하는 워크아웃 이야기를 최근 들어 자주 들먹거린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현대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등 모든 사태에 대비한 비상 플랜을 짜놓았다”고 귀띔한다. 당장은 압박카드로 보인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계획 중 하나라는 것은 여러 징후를 볼 때 짐작이 가능하다.

현대그룹이 지금과 같은 기업지배구조나 비효율적인 기업문화 책임의식이 부족한 가신 그룹의 형태로는 국민경제에 도움은커녕 ‘해악’만 될 뿐(금감위 관계자)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당장 기업 자체는 살아남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유무형의 좋은 자산을 많이 갖고 있다. 회사는 살리지만 사주와 경영진 등의 퇴진과 책임묻기는 물론이고 기업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워크아웃을 하더라도 다른 기업들에 적용된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현대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건설을 워크아웃시키면 그룹 해체는 자동 수순이다. 오너일가의 책임규명과 가신그룹 등 문제경영진 퇴진, 내부거래 차단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작용이다. 대우를 해체한 지 1년 만에 대우와는 파장이 비교도 안되는 현대를 해부해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다. 또 남북경협에 공헌한 현대를 정치권에서 해체하도록 놔둘지도 의문이다. 현대는 이런 정치적인 해결에 기대고 싶어하는 반면 금융당국은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 원칙’을 고수하며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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