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도료 담보 신종채권 나온다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28분


“이렇게도 채권을 발행할 수 있나요.”

1, 2년 전 세계적인 팝스타인 마이클 잭슨과 데이비드 보위가 향후 음반판매 등으로 벌어들일 돈을 담보로 해서 채권을 발행했을 때 나왔던 국내 금융권의 반응이었다. 당시만 해도 첨단기술로만 보이던 이런 상품들이 국내에도 곧 선을 보일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빠르면 10월중 하나은행과 일부 증권사에서 전기료 및 수도요금 수입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들어올 현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추후 들어오는 현금을 갖고 채권 상환을 한다는 개념이다. 이른바 ‘미래현금 담보 증권’으로 이미 외국에서는 보편화됐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미개척분야였다.

하나은행 홍완선(洪完善)신탁부장은 “매달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도시가스요금과 백화점 매출채권도 해당이 된다”며 “이미 한국전력 등과 접촉을 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으며 현재 한전채(연 8.4%)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하기 위해 실무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또 만기가 3∼6개월로 대폭 단축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도 이달중 선을 보인다.

LG증권은 LG캐피털이 고객으로부터 받게 될 카드대금을 담보로 5000억원어치 ABCP를 이달 중순경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행한다. 또 다음달에는 삼성카드사가 받게될 카드대금을 담보로 해서 3000억원어치의 ABCP를 발행할 계획이다.

ABCP는 만기가 1∼3년인 일반 자산담보부증권보다 만기가 짧아 좀 더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으며 자금조달이 쉽고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동성도 뛰어나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현재는 카드채권을 담보로 ABCP를 발행하지만 점차적으로 기업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ABCP를 발행할 경우 기업의 자금난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렇게 발행되는 ABCP와 미래현금 담보증권 등은 당분간 주로 은행 신탁계정과 투신사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사들일 전망. 그러나 외국의 경우 이 같은 신종채권들이 이미 개인투자자의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아 국내에도 조만간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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