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러펀드 부실'실체]국내투자도 실패…손실 '눈덩이'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55분


러시아채권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한국투자신탁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초고수익을 제시하는 상품을 팔았다가 다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투가 고수익을 보장하는 광고를 내 투자자를 현혹한 데 대해 18일 시정명령을 내렸다.

▽실적 배당 원칙 어겨〓한국투신이 이번에 고객들에게 물어주기로 한 펀드는 ‘맞춤주식형펀드’ 시리즈. 98년 8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하면서 2억달러 어치의 러시아채권펀드인 ‘듀얼턴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받게 된 것. 한투는 사실상 거덜난 러시아채권펀드를 만기때 투자원금의 20%만 나눠줄 방침이었지만 원금보전을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항의에 밀려 지난해 7월 주식에 집중투자해 손해를 보전해 줄 수 있는 새 상품을 개발했다.

즉 투자원금의 5배를 다시 가져오면 1년 내에 20% 이자를 줘 러시아 채권투자로 입은 손실을 모두 만회해주고 덤으로 추가 예치금액의 경우 공금리 수준인 연 8%선을 제시했던 것. 예컨대 1억원 어치의 러시아채권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지난해 7월 당장 상환받으면 8000만원어치를 손해보고 겨우 2000만원만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원금의 5배인 5억원을 추가로 더 가져올 경우 1년 후에 원금 손실을 완전히 보전해 6억원(최초 투자금 1억원+추가예치금 5억원)을 돌려주고 추가로 이자를 연 8%(5억2000만원×8%〓4160만원) 지급해 6억4160만원을 돌려준다고 약속했던 것. 당시 증시상황을 낙관한 영업점에서 수익률 보장각서까지 써주며 고객 재유치에 열중했다. 한투는 이런 방법으로 투자자금 4000억원을 재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활황은커녕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것. 지난해 7월 한투는 약정대로 수익을 내기 위해 추가로 받은 돈을 국내주식에 집중투자하는 ‘맞춤주식펀드’ 시리즈를 개발해 고수익을 노렸지만 예상과는 달리 주가가 떨어지면서 일부 펀드는 오히려 손실을 봤다.

▽새 경영진이 책임지고 결정〓이달초부터 만기가 속속 돌아온 맞춤주식펀드 수익률이 저조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고객들의 항의 사태가 빚어졌다. 새마을금고 등 고객들이 연 28%선의 원리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선 것.

한국투신은 실적 배당 원칙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전임 경영진의 경영판단 실수로 이처럼 문제가 더 커졌다며 투자자들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원리금을 재예치하는 고객들에 한해 당초 약정보다 8%포인트 낮은 연20%의 이자를 주기로 결정했다. 회사측은 고객들에게 물어줘야 할 700억∼800억원을 모두 특별손실로 회계처리할 방침이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고객과의 약속 실천과 실적 배당이라는 원칙 고수를 놓고 고민을 해왔다”며 “새 경영진이 들어선 뒤 다른 투신사와는 달리 영업의 선순환을 통한 조기 경영정상화차원에서의 영업력 신장을 최우선에 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으며 금융감독위원회에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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