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국제금융센터 소장 "환란 재발 가능성 희박"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50분


동남아 외환위기 발생 3년째를 맞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동남아 통화가 연일 폭락하자 국제금융센터 전광우(全光宇·51)소장은 요즘 거의 매일 밤잠을 설친다. 외환위기 재발 징후가 보일 경우 신속하게 포착해 우리 정부에 알려야 할 ‘파수꾼’의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

6월초 국제금융센터 소장에 취임한 그는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국제금융시장의 간밤 동향을 체크한다. 동남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터라 긴장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 센터는 최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전소장의 진단은 명쾌하면서도 단호하다. “한국처럼 경제규모가 비교적 작으면서 개방경제 체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외국발 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다만 현 상태에서 97년과 같은 위기로 발전할 개연성은 희박하다.”

전소장은 세계은행(IBRD) 수석연구위원과 재정경제부장관 특별보좌관을 겸하고 있다. 세금 떼고 월 1만달러 정도인 봉급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조성한 특별기금에서 나온다. 신분만 놓고 보면 ‘다국적 근로자’인 셈.

그는 세계은행 국제금융팀장으로 일하다 98년 10월 이규성 당시 재경부장관의 국제금융 특보로 위촉돼 귀국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국제금융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세계은행에 전소장 파견을 요청했다. 경비는 ASEM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세계은행에 근무하면서 조국에 별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처지가 너무도 답답했지요. 국제금융팀장 자격으로 한국 정부와 의견을 조율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조국에 봉사할 뜻을 다졌습니다.”

그가 먼저 착수한 작업은 코스닥을 포함한 자본시장 활성화. 미국이 나스닥의 상승에 힘입어 신경제 호황을 누린 사례를 본떠 한국도 벤처기업 육성으로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자본시장과 금융정책간의 관계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시간주립대 교수를 거쳐 86년부터 세계은행에서 근무해왔다. 국제부채조정기구인 ‘파리클럽’의 세계은행 대표를 맡았고 그가 주도해 만든 세계은행의 연례 ‘국제금융보고서’는 국제금융계의 필독리스트에 올라있다. 검정고시로 2년 만에 중학과정을 마치고 서울대사대부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메릴린치의 남종원(南宗沅)한국대표가 사촌매제.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