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젖줄' 회사채가 뜬다…BBB급도 '사자' 주문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중견기업의 회사채 거래가 일부 이뤄지면서 기업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조짐이다. 3개월짜리 기업어음(CP)의 경우 종전 1주일 단위로 끊어 근근이 연장되던 데서 내달부터는 신규 발행도 가능할 전망이다.

국고채에 밀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회사채시장이 10조원 규모의 회사채펀드 본격 가동을 앞두고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쌍용양회 차환발행이 주는 의미〓자금악화설에 시달리는 쌍용양회는 27일 450억원 규모의 1년짜리 회사채 차환발행(만기연장)에 성공했다. 인수기관은 현대 대한 조흥 등 투신운용사. 서울보증보험의 ‘보증딱지’가 붙고 연 13.8%의 헐값에 팔려나갔지만 투자부적격 등급인 더블B(BB)이하의 채권에 거래가 형성됐다는데 채권관계자들은 의미를 두고 있다. 또 현대건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차환발행을 포함해 1500억원 가량 지원받기로 한 점도 고무적이라는 것.

대우증권 채권영업부 김범중 딜러는 “이는 단기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는 기업에 자금공급이 재개됐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투신 한동직 채권투자부장은 “한계기업까지 자금이 돌아가진 않겠지만 3개 H그룹의 회사채 정도는 차환발행에 응해주자는 게 시장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트리플 B(BBB)급 회사채도 팔린다〓트리플 B급 회사채는 바로 얼마 전까지 호가가 형성안돼 거래 자체가 힘들었으나 최근엔 경과물(이전에 발행돼 유통되고 있는 채권)을 중심으로 ‘사자’주문이 나오고 있다. 효성 대림산업의 회사채 경과물이 27일 각각 100억원어치 이상 팔린 데 이어 28일에도 은행권이 대한전선 한진해운 회사채에 대해 ‘사자’주문을 냈다. 7월 회사채펀드 가동에 앞서 그나마 낫다고 판단되는 물량을 선취매한 것.

더욱이 LG증권이 7월중 2조원어치, 현대증권이 1조원어치의 부분보증 후순위채권(CBO)을 발행할 예정이어서 트리플 B급 채권의 시장소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

LG증권 성철현 채권트레이딩팀장은 “현재 5∼30대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CBO 발행에 쓸 트리플 B급 회사채를 물색하고 있다”며 “회사당 최고 1000억원까지 매입할 예정이어서 중견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단기자금조달 수단인 CP도 7월부터는 신규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투 한동직부장은 “이익은 나는데 단기유동성이 꼬인 기업의 CP 만기연장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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