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기금 '선장' 백경호씨 주은투신 '사장'으로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주택은행 백경호(白暻昊)자본시장본부장. 지난 3월까지 채권시장안정기금 운용부장으로 20조원을 주무르면서 ‘실질적인 한국은행’으로까지 불렸던 인물이다.그가 이번에 투신운용사 사장으로 옮긴다.

지난 4월 39세의 나이로 은행권 최연소 본부장에 오른데 이어 3개월만에 주은투신운용사장으로 옮기는 백 본부장이 투신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은행은 22일 주은투신운용 주총을 열어 백경호본부장을 신임사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주택은행이 백본부장을 사장으로 전격 발탁한데는 과감하게 젊고 유능한 인재를 사장으로 앉혀 투신권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실제 백본부장은 동원증권을 시작으로 11년째 채권운용을 해온 배테랑 운용역. 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행장이 동원증권에서 주택은행으로 옮길 때 주택은행으로 스카웃되었던 인물이다. 이같은 백본부장에 대한 김행장의 신뢰는 지난해 9월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발족된 채권시장안정기금에서 여지없이 입증됐다.

백본부장은 당시 솟구치던 채권금리를 끌어내리고 기금에 출자한 은행들에게 운용수익까지 남겨주면서 정부에서조차 “예상외의 소득”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

“채권기금을 성공적으로 끌고 갈수 있었던 비결은 한마디로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따른 것이었다. 이번에 투신사로 옮기더라도 시장의 소리를 따르는데 충실하겠다”

백본부장이 주은투신운용사장으로 옮기면서 밝힌 포부다.

그가 말하는 시장의 소리는 무엇일까. 백본장은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투신권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펀드클린화, 인력조정 및 업무프로세스 혁신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 새로운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이에따라 주은투신운용은 금주중 증자를 통해 83억원에 이르는 자본잠식분을 메우고 클린 투신사로 거듭날 계획이다. 또 주택은행은 자회사인 주은투신운용에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를 위탁해서 운용하면서 주은투신운용을 전문 자산운용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백본장은 “7월부터 시행되는 채권시가평가제는 선진채권시장으로 가는 첫걸음으로 과거 투신권의 관행은 더 이상 발붙이기 힘들게 될 것”이라며 “시가평가제에 맞춰 취임하는 만큼 투신권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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