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해외 비밀계좌 운용]"자금조달-사용처 불분명"

  • 입력 2000년 6월 21일 01시 15분


대우그룹이 지난해까지 20년간 영국 런던 금융시장에 개설해 운영해 온 수십억달러 규모의 비밀계좌가 정부 당국에 의해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대우그룹이 1979년 런던에 영국금융센터(BFC)를 설립, 현지에서 수십억달러의 비밀계좌를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계좌의 존재가 국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대우의 정식 회계장부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으며 자금조달 및 용도에 관해 회계법인과 감독당국에 의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운용 자체가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가 런던을 해외자금 조달창구로 활용했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자금내용 및 운용주체가 당국에 의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의뢰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이 ㈜대우의 98년 회계장부를 정밀 실사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드러나 올 4월 금감원 대우특별감리단의 현지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그룹의 BFC설립 및 불법 자금운용은 외환관리법 증권거래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김우중회장의 개입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우 국제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BFC는 대우건설이 리비아공사를 수주하면서 공사자재 장비 구매 등을 위해 설립한 것”이라며 “당시 외환규제가 엄격해 국제사업을 벌이기 위해선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7월 초 대우특별감리단의 활동보고를 토대로 김회장 등 핵심 경영인에 대한 처리방침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박래정구자룡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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