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금시장]종금사 얼마나 어려운가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11분


종합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해야할 신세가 됐다. 투신 은행권의 신탁계정에서 시작된 자금이탈의 불똥이 결국 종금회사로 튀었다. 8개 종금업체마다 최근 수백억 내지 수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19일 일단 “유동성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해 추가 퇴출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업 단기자금 통로인 기업어음(CP)의 매수세력인 종금사가 쓰러질 경우 당장 실물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방책으로 당장 급한 불은 끄더라도 장기적으로 종금업계의 활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종금업계가 전통적인 수익기반인 CP할인에만 의존할 경우 은행 증권 등에 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보름새 7000억원이 빠졌다〓종금사 관계자는 지난 보름새 무려 7000억원이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넉넉하고 영업이익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이탈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정재 금감위 부위원장도 “종금업은 특히 거액 수신이 한번에 빠져가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순식간에 불거진다”고 지적했다.

종금업 자금이탈은 종금업 자체의 시장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 환란의 주범으로 종금사들의 단기외화 차입이 지적된 데다 그동안 그룹 계열사의 급전창구 역할을 맡아오면서 시장참여자들은 종금사들의 원금보호 기능에 상당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종금업 활로가 있는가〓정부가 올초 발표한 종금업 발전방향은 △후발증권사 전환 △은행 증권과의 합병 등이 골자. ‘업종을 전환할 경우’ 후순위채 매입 등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사 전환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데다 은행들 역시 종금사와의 합병에 미온적이기 때문에 공멸 위기감만 확산시켰다.

현재 종금사는 나라종금에 이어 영남종금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8개만 남아 있다. 이 중 중앙종금이 제주은행과의 합병방침을 발표하고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을 뿐 대부분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8개 종금사 중 4개사는 3월 결산에서 적자를 냈다. 업계 평균 BIS자기자본비율은 11.39%로 견실하지만 단기자금 창구를 맡다보니 시장에 쉽게 휘둘리는 실정이다. 6, 7월 유동성위기를 넘기더라도 12월 회사채 만기물량이 쏟아질 때 또 한차례 위기를 맞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안정대책 관련 용어풀이

▽발행시장 CBO(채권담보부 증권)〓CBO란 투기등급(B∼BBB) 기업들의 채권을 담보로 상환기일을 달리해 발행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의 하나. 위험도는 높지만 담보의 일부만을 지급하면 되므로 채권 거래가 가능하다. 유동화 전문회사가 증권사를 통해 채권을 매입한 뒤 CBO를 재발행하는 구조다. 이미 발행된 회사채 등에 대한 유통시장 CBO에 이어 신규 발생 채권에도 적용돼 발행시장 CBO로 불린다.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유동화전문회사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한 CP. 주로 만기가 돌아온 ABS 채권을 상환하는 데 쓰이며 단기 CP를 반복해 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저금리인 단기자금을 여러번 발행해 고금리인 장기 ABS채권의 이자를 갚게 되므로 유동화전문회사가 금리 차만큼 수익을 얻을 어 향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회사채 부분보증제도〓신용보증기관이 신용도가 비슷한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묶은 뒤 발행하는 ABS 규모의 10∼40%만을 보증하도록 하는 제도. 그동안은 ‘전액보증 또는 무보증’만 가능했다. 부분보증으로 보증기관이 채무를 뒤집어쓰는 위험을 현격하게 줄였다.

▽주식형사모펀드〓100명 이내의 투자자가 펀드를 구성한 뒤 특정기업 주식을 최고 50%까지 집중 매입할 수 있다. 펀드는 100억원 이상으로 1년 이상 지속돼야 한다. 우량기업 주식을 집중 매입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도 활성화할 수 있다. 한 펀드가 특정 기업주식의 10% 이상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한 제한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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