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3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외환위기를 훌륭히 넘겼다고 자축하는 사이에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 속으로 도지는 게 아닌가하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하반기엔 그 후유증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불안 경상수지흑자 축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8일 ‘2000년 하반기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외부적 충격요인이 있을 경우 하반기에 고성장 뒤의 침체가 예상된다”며 정면으로 이 같은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회사채금리 두자릿수 오를듯▼
▽불안한 경제지표〓연구원은 하반기부터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증가, 공공서비스 및 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시에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상승은 수입증가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누적과 외채증가로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한자릿수에서 유지되어 왔던 회사채금리도 하반기에는 금융구조조정의 여파로 10%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수지의 경우 원유가가 하반기에도 26∼29달러를 유지하고 원화강세 및 내수로 인한 수입증가로 80억달러에 그칠 전망.
▼체질개선 안돼 해외요인에 취약▼
▽체질개선 안됐다〓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최근 높은 성장을 보였지만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완료되지 않아 여전히 해외요인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올 들어 유가가 급등하자 수출입교역조건이 90년대 들어 최악으로 떨어지면서 수출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정정호(鄭政鎬)경제통계국장은 “저금리와 원화약세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이 급신장했지만 수치에 도취돼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말했다.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4월 32.9%에 이어 하반기 36%, 내년에 40%대에 육박하면서 외환위기의 원인이 됐던 외채구조의 취약성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아직까지는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국제지표인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54.6%로 경계수위인 60%에 육박하고 있어 사전에 외환보유고 확충 및 단기외채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속도 늦춰 물가안정을▼
▽정부, 뭘 해야 하나〓연구원은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한 이후에는 통화운용을 긴축으로 가져가면서 성장속도를 다소 둔화시켜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할 것을 주문했다. 이렇게 해야만 현재 수입급증을 줄이면서 경상수지 흑자폭 목표를 가져갈 수 있고 물가안정 기조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또 기업 및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하지 않으면 증시의 추가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현재 투신사 투신운용사 은행의 신탁계정 및 뮤추얼펀드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간접자본시장의 구조를 개선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투자기관의 투자여력을 확대해야만 금융시장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