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바이코리아' 합창…증시낙관-투자확대 엇갈려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3월초 이후 삼성전자 현대전자만을 편식해왔던 외국인은 최근 SK텔레콤과 한국통신에도 손을 뻗치는 등 순매수 규모와 강도를 점점 키우고 있다. 5월 31일 이후 1조7000억여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반등장을 이끈 외국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두가지 설이 돌고 있다.

첫째는 이미 국내증시에 들어와 있던 미국 기술주펀드들이 포트폴리오(자산구성)을 확대개편하고 있다는 설.

한 유럽계 증권사 영업이사는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만을 사들여온 외국인들이 편입종목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한국시장이 아시아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외국인들이 최근 반등장을 본격 투자타이밍으로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대거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올초 국내 주식을 거의 다 팔고 국내증시를 등졌던 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라는 풀이도 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한국인이나 한국교포가 운용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펀드가 최근 국내주가 상승을 계기로 다시 들어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7일과 8일 한국통신공사 주식을 나오는 대로 거둬들이고 있는 것은 신규설정된 미국 기술주펀드라는 설이 유력하다.

현대증권 한동욱 선임연구원은 “신규설정된 미국의 기술주 펀드가 모건스탠리지수(MSCI지수) 편입을 계기로 한국통신 주식을 600만주가량 사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바이 코리아 전략의 배경은 무엇일까. 전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자금이므로 ‘뭔가 있기 때문에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많다. 일례로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국가위험도(컨트리리스크) 감소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승 같은 대형호재가 예정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미국계증권사 조사부이사는 “외국인들은 현대그룹 오너 3부자 퇴진을 기업경영의 투명성 측면에서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 높게 평가하고 정부의 강력한 금융구조조정 의지를 믿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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