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도권 편중 여전…디지털시대 맞아?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04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디지털 시대에도 기업들은 수도권 지역을 여전히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24일 ‘지역경제 격차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될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환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면서 “디지털 경제의 진전은 이같은 지역 경제 불균형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에 등록된 벤처기업의 지역적 분포를 조사한 결과 전체 171개 기업 가운데 81.3%인 139개 기업이 수도권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충청(13개·7.6%), 대구 경북 (11개·6.4%) 순.

일반 기업을 포함한 코스닥 전체 등록기업을 보면 전체 433개 기업 가운데 72.1%인 315개 기업이 수도권에 분포했다. 벤처기업의 수도권 집중도가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연구원측은 “지방 벤처기업들은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등 최근 일고 있는 ‘벤처붐’의 혜택을 거의 입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벤처기업이 수도권에 몰리는 이유는 역시 정보통신 인프라 때문. 유선통신이나 부가통신망, PC보급률 등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아직 상당한 수준. 특히 초고속 인터넷망의 경우 서울을 빼면 보급률이 극히 저조한 형편이다.

금융기관과 정부기관, 대학도 수도권에 몰려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등록된 83개 창투사중 서울에 근거를 둔 기업이 무려 62개에 이르는 등 ‘돈줄’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연구원측은 “실리콘밸리처럼 모여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벤처업종의 특성상 수도권 편중 현상은 앞으로 고착화되고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지역 소득 인종 등에 따라 정보 접근이 차별적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디바이드’ 현상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클린턴 행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안서를 발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

연구원측은 “정보화의 혜택은 지역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누려야할 서비스”라면서 “각종 인프라의 지방 이전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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