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워크아웃 '삐걱'…채권단간 이견 심화

  • 입력 2000년 5월 9일 18시 58분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올 2월 대우채 환매 사태가 진정될 때는 대우 주력사들의 회생 작업이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소수주주와 개인채권자들의 반발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워크아웃의 틀마저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워크아웃 미협약 여신이 걸림돌〓채권단이 지난해 8월 대우그룹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법정관리로 내몰 경우 채권단까지 공멸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채권단은 자구책 차원에서 ‘워크아웃 여신을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독려한다’는 큰 틀에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채권단간 워크아웃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채권자들의 반발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대우 주력사의 전체 채무 중 워크아웃 미협약 여신의 비중은 15%에 육박한다.

올 3월 인천지법은 대우차 개인채권자들의 채무반환 청구소송에 대해 ‘차 매각대금을 우선적으로 지급하라’고 대우차에 지시했다. 깜짝 놀란 대우구조조정협의회는 개인 및 일반법인 채권자와 협상을 시작했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대우는 금고업계에도 손을 벌려 200개 이상의 금고업체가 현재 채권상환을 독촉하고 있다”며 “이들을 무마하는 것이 시중은행 10개를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소수주주들까지 가세〓3월24일 열린 대우전자 주총에서 채권단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워크아웃 계획을 발표하자 소수주주들은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재판부는 지난달 11일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판결을 내렸고 회사측이 이의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기계 조선부문 분리를 골자로 하는 대우중공업의 워크아웃 계획도 소수주주들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대우중공업 신영균사장은 “송사가 5∼6개월 이상 끌 경우 1조4000억원의 부채에 대한 금융비용이 추가 발생하고 수출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힘 잃어가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지난해 7월 김우중회장과 대우계열사들은 4조원대 신규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10조원대 공동 담보를 내놨다. 최근 이 담보를 계열사별 차입금에 비례해 금융기관에 분배하는 절충안이 부결되면서 채권단간 이견이 심화됐다. 공적자금 지원을 바라는 투신권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

금감위 관계자는 “반관반민 성격이 강했던 구조조정위는 금감위를 업고 채권단을 압박하기 쉬웠다”며 “채권단이 최근 대우 구조조정협의회를 좌지우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래정·홍석민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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