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현대 막후역할론' 재계에 솔솔

  • 입력 2000년 4월 10일 18시 59분


남북정상회담 합의도출에 과연 현대의 역할은 없었는가.

민간의 도움이 없었다는 정부의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는 현대의 역할론이 흘러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지만 최근 한달 사이 현대가 후계구도를 둘러싼 내분의 와중에도 정몽헌(鄭夢憲)현대 회장과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회장이 한달 새 중국을 2, 3차례 방문했고 이들의 중국 체류일자와 남북당국자간 중국 내 접촉일자는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점이 추측의 근거.

우선 이회장은 자신의 인사문제로 현대가 한창 시끄러웠던 17일 상하이로 출국해 후에 베이징에서 정회장과 합류했다. 이날은 남북한간 상하이에서 첫 접촉이 있던 날. 두 사람이 베이징 모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장면이 다른 그룹의 대북사업팀 관계자에게 목격됐다. 재계에서는 이미 이때 “정회장이 송호경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7일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송호경과 회담을 할 때도 정회장과 이회장은 베이징에 있었다. 이회장은 7일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과 일본에서 귀국했다가 다시 급히 베이징으로 갔고 정회장은 도쿄에서 바로 베이징으로 이동했다.

‘현대 역할론’의 두 번째 근거는 남북당국자간의 접촉점인 송호경이 현대의 대북사업의 북측 파트너라는 점. 현대 고위관계자들은 금강산 관광사업 등 최근 수년간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송호경 등 북측의 유력 인물들과 상당한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정몽헌회장과 송호경은 사석에서 술잔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다.

이런 ‘특별한 관계’ 때문에 재계에서는 현대가 이번 남북간의 합의도출에 중매인 역할을 했거나 최소한 남북간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모종의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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